교장공모 경쟁시대, 문제점은 없는가

2010.04.07 09:12:00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교장자격연수대상자를 정원보다 열 배 정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장자격연수 지명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반가운 일일지 모르나, 정작 반가운 일만은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평생 아이들과 교단밖에 모르는 교장자격증 소지자들의 앞날이 너무 험난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제한적으로 시행돼 온 교장공모제에서도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상황인데, 한꺼번에 대폭 확대하는 것이 지금의 교육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대안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미 실시되고 있는 교장공모제가 능력 있고 우수한 교장을 선발하는 제도인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혹여 교장공모제에 인맥과 자금이 동원되고 정치적 배경이 작용된다면, 한평생 아이들과 함께 교육밖에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낯설고 버거운 제도임에 틀림없다. 교육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방편으로 서둘러 도입되는 것이라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당장 야기되는 몇 가지 문제점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 사람의 교장을 발탁하기 위해서 아홉 사람의 패배자를 양산하는 교장공모제는 인간중심의 교원정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교장공모의 높은 경쟁률은 필연적으로 패배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교직 입문 이후 오랜 기간 동안 교육활동에 전념하고, 어려운 경쟁을 통과하여 교감이 되고, 또 자신의 교육소신과 경영 철학을 펼치기 위해 교장이 되고자 할 터인데, 교장공모제라는 암초에 부딪쳐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 열에 아홉이라면 이것은 패배를 양산하는 비인간적인 승진제도이다. 교육비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면 강도 높은 비리 근절책을 마련해야 할 일이지, 전문성을 갖춘 리더로서 자존감과 사회적 존경을 받아야 할 교장 후보자들을 이전투구처럼 다투게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비교육적이고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둘째, 교육현장이 정치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교장공모제는 교장들을 경쟁의 늪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교장자격증을 받기까지에도 치열한 경쟁을 해왔는데, 공모교장이 되기 위해서 또 다시 무한경쟁의 서바이벌 게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학기 말이 되면 공모교장이 되기 위해 교장자격증 소지자들이 살벌한 게임을 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참으로 걱정스럽다. 그 현장에는 교육적 배려는 없고, 정치적 술수만이 판을 칠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혹자는 교육자적 자질이 풍부한 사람들은 가만히 있어도 공모교장이 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펴기도 하지만, 10대 1의 높은 경쟁으로 미루어 볼 때 가만히 있는 사람이 발탁되기는 애초부터 어려울 것이다. 지연, 학연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줄을 대야 함은 물론이고, 그 사람의 교육적 식견이나 철학보다는 사람을 동원해내는 정치적 성향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현행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학부모회가 교장공모의 주최가 되거나, 별도의 심의기구를 마련한다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또 하나의 거대한 권력이 되어 교직사회를 억압할 것이기 때문이다. 교장자격증 소지자들은 이런 권력 집단을 대상으로 치열한 로비를 해야 한다. 심지어는 지역의 정치권은 물론이고, 관련 기관의 고위층에게 청탁을 하는 일도 있을 것이니, 교장공모에서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기성 정치꾼 이상의 수완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교장의 권한이 왜곡되거나 축소되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교장은 높은 교육적 권위를 지녀야 한다. 교육 전문가로서, 단위 학교의 경영 총수로서 그에 맞는 실질적 권한과 자격을 가져야만 한다. 어느 조직이나 리더의 힘을 빼고서는 그 조직을 활력 있게 가꿔낼 수 없는 것처럼 교장의 힘을 빼고서는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공모교장이 되기 위해 이곳저곳 동분서주하면서 애원하고 간청한 사람들이 어떻게 소신껏 자신의 교육철학을 펼칠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된다.

넷째, 치열한 경쟁 구조 속에는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10대 1의 높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갖가지 기발한 생존 방식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인맥이나 자금을 동원하는 일이 더 비일비재할 것이고, 해마다 학기마다 되풀이되는 각축전은 교육비리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연초에 드러난 전문직 비리도 어쩌면 지나치게 높은 경쟁구도에서 생겨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때, 10대 1의 높은 경쟁을 뚫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비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교장공모제와 관련하여 어느 교감의 넋두리를 음미할 필요가 있다. 학교 안에서만 열심히 해서는 교장으로 임용될 수 없기에 교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학교밖으로 활동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임기 만료 교장도 만나야 하고, 학교운영위원과 학부모, 지역의 시의원과 도의원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공모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어느 조직이고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만 점차 정치화 되어가는 교육현장이 안타까울 뿐이다.

교원정책은 어디까지나 구성원의 사기 진작을 통해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으로 마련돼야 한다. 구성원의 사기가 배려되지 않거나, 긴장과 갈등이 은연 중에 조장된다면 교원의 명예와 사기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예측 가능한 인사시스템을 구축하고 성과에 따른 평가를 통해서 교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교장공모제는 특성화학교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운영되거나, 시범운영 결과를 토대로 단계적으로  운영되었으면 한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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