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붇다’와 ‘붓다’ 그리고 ‘붙다’는 발음이 비슷하다. 즉, ‘붇다’와 ‘붓다’는 [붇:따]이고, ‘붙다’는 [붇따]이다. 그러나 뜻은 조금씩 다르다. 먼저 사전을 검색하면,
‘붇다’
1. 물에 젖어서 부피가 커지다.
- 콩이 물에 붇다.
2.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
- 개울물이 붇다.
‘붓다’
1. 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르다.
- 다리가 통통 붓다.
2. 모종을 내기 위하여 씨앗을 많이 뿌리다.
- 볍씨를 붓다.
‘붙다’
1. 맞닿아 떨어지지 아니하다.
- 백화점의 상품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2. 시험 따위에 합격하다.
- 공무원 시험에 붙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다.
3. 불이 옮아 타기 시작하다.
- 봄철은 산불이 옮겨 붙기 쉽다.
4. 어떤 일에 나서다. 또는 어떤 일에 매달리다.
- 보고 있지만 말고 너도 그 일에 붙어서 일 좀 해라.
5. 시설이 딸려 있다.
- 새마을 열차에는 식당차가 붙어 있다.
6. 조건, 이유, 구실 따위가 따르다.
- 단서가 붙어 있는 규정을 잘 읽어야 한다.
7. 식물이 뿌리가 내려 살다.
- 옮겨 심은 나무는 뿌리가 땅에 붙을 때까지 물을 잘 주어야 한다.
8. 어떤 장소에 오래 머무르다. 또는 어떤 판에 끼어들다.
- 젊은 시절 술판이 아니면 노름판에 붙어 지냈다.
9. 주가 되는 것에 달리거나 딸리다.
- 그 논문에는 주석이 붙어 있다.
‘붇다’와 ‘붓다’ 그리고 ‘붙다’는 하나의 음운에 의해서 의미 차이가 난다. ‘붇다’의 어간 받침 ‘ㄷ’은 모음 앞에서 ‘ㄹ’로 바뀌어 나타난다. 이 경우는 ‘북어포가 물에 불어야 부드러워진다’ 처럼 바뀐 대로 적는다. 그리고 ‘붇다’는 ‘오래되어 불은 국수는 맛이 없다. 개울물이 붇다. 젖이 불어 오르다’ 등 액체와 관련이 있는 단어에 의해서 상태가 실현된다. 또 ‘붇다’는 ‘체중이 갑자기 불었다. 식욕이 왕성하여 몸이 많이 불었다. 재산이 붇는 재미가 있다. 결혼해야 살림이 붇는다’ 처럼 몸이 많은 변화가 늘어난 상황 혹은 재산의 정도가 늘어난 상황에 사용한다.
‘붓다’도 마찬가지다. 이 용언은 ‘긋다, 낫다, 잇다, 잣다’ 등과 같이 어간 끝에 ‘ㅅ’ 받침은 어미의 모음 앞에서 줄어지는 경우 준 대로 적는다. 이는 ‘얼굴이 붓다. 병으로 간이 붓다. 울어서 눈이 붓다. 벌에 쏘인 자리가 붓다. 편도선이 부어서 말하기가 어렵다’ 처럼 신체의 변화와 관련된 단어다. 신체의 이상 변화로 정상에서 벗어난 형태이다. 또 이 단어는 ‘성이 나서 뾰로통해지다. 왜 잔뜩 부어 있나?’ 처럼 품성의 변화에도 쓴다. 그러나 이때는 보통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또, ‘붓다’는 ‘액체나 가루 따위를 다른 곳에 담다’는 의미로 쓴다. 예를 들어 ‘자루에 쌀을 붓다. 냄비에 물을 붓다. 물을 붓고 끓였다’라고 쓴다. 그리고 ‘은행에 적금을 붓다’라고 쓰기도 하는데, 이는 ‘불입금, 이자, 곗돈 따위를 일정한 기간마다 내다’라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붙다’는 다양하게 쓰고 있다. 가장 먼저 ‘물체와 물체 또는 사람이 서로 바짝 가까이하다’는 의미로 ‘하루 종일 전화통에 붙어 있었다. 어린애가 엄마에게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항상 여자 친구와 붙어 다닌다’라고 쓴다.
사람에게 바짝 붙어 새로운 의미를 만들기도 한다. ‘그는 아직도 어머니에게 붙어서 용돈을 타 쓴다’라고 하면, 생활을 기댄다는 뜻이 된다. ‘위급 환자에게는 항상 간호원이 붙어 있다’고 하면 바로 옆에서 돌보는 의미이다.
‘붙’는 것에는 ‘실력’처럼 추상적인 대상도 있다. ‘자신이 붙다. 우리 상품에도 국제 경쟁력이 붙었는지 해외에서 잘 팔리고 있다. 영어 실력이 꽤 많이 붙었다’는 구체적인 대상이 아니라, 추상적인 대상이 성장한 것을 말한다. 또 ‘살다 보니 그와 정이 붙었다. 부부는 살다 보면 정이 붙는다. 아이에게 정이 붙다’처럼 보이지 않는 뜨거운 정도 잘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