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름과 느림. 뜻이 정반대인데 스포츠나 음악은 물론 우리네 생활과 늘 같이하며 조화를 이룬다. 빠름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천천히, 느리게 살아가며 행복을 느끼는 느림의 미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우리의 몸은 가끔 완급을 조절해줘야 한다. 이때 휴식을 취하거나 천천히 걷는 산책이 정신건강을 위해 최고다. 산책은 물질적이나 시간적으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누리며 자연과 어울리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기도 하다.
숲속에서 산책과 사색을 하며 숲에서 발산하는 피톤치드로 산림욕을 하고, 멋진 풍경을 구경하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가까이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하나 될 수 있는 곳이 청주 인근에 위치한 미동산수목원이다.
청원군 미원면에 가면 냇가 옆으로 자전거전용도로가 이어진다. 도립수목원인 미동산수목원은 미원의 동쪽 산을 뜻하는 미동산의 품안에 있다. 차에서 내리자 봄비가 내린 후의 흙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입구의 방문자센터에서 반갑게 맞이하는 숲해설가 장철순님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연송교를 건너면 천연기념수 및 희귀유전자원을 보존하고 증식하는 유전자보존원이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나무 중 제일 높은 벼슬을 하사받은 정이품송(연송)의 자목을 만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같이 맑고 싱그러운 게 어디 있을까? 옥천 지용학당 아이들 22명이 이곳으로 체험학습을 나왔다. 귀를 쫑긋 세운 아이들 옆에서 가지로 말의 채찍을 만들었다는 말채나무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노란말채나무는 노란색인데 흰말채나무의 가지는 붉은색을 띠고 있어 신기했다.
수목원은 누구나 쉽게 산책할 수 있는 웰빙산책로로 연결되어 있다. 완연한 봄기운을 몸으로 느끼기 위해 양말을 벗고 맨발숲길을 걸었다. 관람객들의 건강증진에 도움을 주는 맨발숲길은 발바닥모양의 수도가 눈길을 끈다.
중부지방에서 볼 수 없는 난대 식물과 다양한 산야초가 식재되어 있는 산야초전시원에 들어서니 자연의 은은한 향기가 풍겨온다. 나비들이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나비생태원에서 나비들의 유충을 카메라에 담았다. 밖으로 나오니 한 무리의 아이들이 나무모양의 미끄럼틀을 오르내리며 '하하 호호' 신이 났다.
바로 옆 큰 목재 건물이 전국 최초로 만들어진 목재문화체험장이다. 이곳은 목재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체험학습 공간으로 체험과 놀이를 하며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다. 목재로 만든 라디오, 휴대폰, 자전거, 마우스 등 신기한 물건들도 많았다. 야외의 비교체험장에서는 콘크리트와 목재 구조물의 장단점을 확인했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저수지가 있는 골짜기에 산림환경생태원, 수생·습지원, 고라니관찰원이 있다. 산림환경생태원에서는 식물의 세계·곤충의 동굴·생명의 연못·나비판타지·박쥐동굴 등의 전시실과 무당벌레·쇠똥구리의 조형물을 보며 생태보존 및 생태환경을 공부하고, 수생습지원에서는 냇가나 습지에서 자생하는 연·수련·갈대·부들 등 우리들과 친숙한 수생·습지 식물들을 만나고, 고라니관찰원에서는 고라니·꽃사슴·너구리·오소리·다람쥐 등 여러 종류의 야생동물들을 가까이서 구경했다.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맑은 물에 담은 저수지 반대편으로 탐방로가 이어진다. 숲속 산책길을 걷다보면 돌탑과 지역 문인들의 작품을 새긴 나무판을 만난다. 걷는 것 싫어하는 도회지 사람들이 마음 편히 산책할 수 있는 문학의 오솔길에 전통문화체험원, 나무이야기원, 산촌체험원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이곳의 나무 의자에 앉아 장철순님으로부터 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간지럼을 타는 것처럼 잎이 움직여 간지럼나무·원숭이가 올라갈 수 없을 만큼 껍질이 매끄러워 미끄럼나무로도 불리는 배롱나무(목백일홍), 사위가 무거운 짐을 지는 것이 안타까워 장모가 잘 끊어지는 이 나무로 지게의 멜빵을 해주었다는 사위질빵(방), 열매가 사슴의 뿔을 닮은 노각(녹각)나무에 대해 들었다.
암석원 옆 미선나무원에는 1속 1종의 희귀식물로 천연기념물인 분홍미선, 노랑미선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미선나무는 한반도에서만 자라고 자생지 5곳 중 4곳이 충청북도에 있어 충북과 관련이 깊은 나무다.
연송교에서 시작된 산책길에서 충북의 꽃과 새 등을 상징하는 목련교·미선교·원앙교·까치교, 고로쇠나무·신나무·적단풍 등이 식재되어 있는 단풍나무원, 무궁화를 종류별로 심어놓은 무궁화원, 낙산홍·백당나무 등 키 작은 나무들이 잘 어우러지는 관목원도 만났다.
사람과 숲이 어우러지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과 우리나라 임업의 변천과정 및 산림사료를 전시하고 있는 산림과학관, 분수대가 시원하게 물줄기를 내뿜는 광장을 돌아 나오면 입구의 방문자센터다. 많을 때는 하루 만여 명이 방문한다는 미동산수목원 총 3㎞ 거리의 산책길이 녹색 세상에 풍덩 빠지게 해 가깝게만 느껴진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대충청방문의 해'로 정한 2010년. 인심 좋은 충청북도로 떠나보자.
*도로안내
①청원상주고속도로 문의IC → IC 삼거리 우회전 → 고은 삼거리 우회전 → 미원 삼거리 직진 → 보은방변 700m 지점에서 좌회전 → 미동산수목원
②경부고속도로 청주IC → IC 삼거리 좌회전 → 공군사관학교 → 고은 삼거리 직진 → 미원 삼거리 → 보은방면 700m 지점에서 좌회전 → 미동산수목원
③중부고속도로 서청주IC → IC 삼거리 좌회전 → 공군사관학교 → 고은 3거리 → 미원3거리 → 보은방면 700m에서 좌회전 → 미동산수목원
*Tip자료
①미동산수목원 입장 및 주차 무료
②전화 : 수목원 043)220-5500~4
③홈페이지 : 충북산림환경연구소(http://www.cbforest.net)-미동산수목원
④참고사항 : 자전거를 타고 즐길 수 있도록 수목원에는 MTB코스, 미원에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설치되어 있다.
⑤주변 볼거리 : 단재 신채호사당, 법주사, 속리산, 화양동, 선유동, 청남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