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공부 중에도 인사는 한다

2010.05.06 10:14:00

오늘이 중간고사 3일째다. 아침 일찍 교실을 둘러봤다. 시험이 시험인지라 자기 나름대로 공부할 곳을 찾았다. 집중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 공부했다. 어떤 학생은 골마루에 앉아 공부하기도 했고 어떤 학생들은 계단에 앉아 공부했다.

어떤 학생은 골마루에서 정신없이 공부하다가 지나가는 나를 보고는 인사를 했다. 어떤 애는 열심히 소리내어 책을 읽다가 쳐다보면서, 어떤 이들은 교실에서 공부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했다. 화장실에 가다가도 인사를 한다. 

시험을 앞둔 공부라 그냥 인사하지 않고 넘어갈 법도 하다. 그렇지만 그렇치 않았다. 그들의 공통점은 느긋함이었다. 여유가 몸에 배여 있었다. 인사가 습관화되어 있었다.. 우리 학교에서 강조하고 있는 '오유오무'(五有五無)가 잘 실천되고 있었다. 오유오무란 우리 학교에서 꼭 있어야 할 다섯 가지와 사라져야 할 다섯 가지를 말한다. 오유(五有)는 ‘미소, 인사, 칭찬 재치, 명상’이고 오무(五無)는 ‘사교육, 핸드폰, 흡연, 폭력, 타종’이다.

오유 중 하나인 '인사'가 잘 실천되고 있다는 점에 기쁨이 넘친다. 보람을 얻게 된다. 교육은 변화이고 교육은 성장이다. 입시경쟁에 찌든 학생들이 잃기 쉬운 것 중의 하나이며 예사로이 생각하기 쉬운 것이 인사다. 그런데 우리 학교 학생들은 달랐다.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 지도한 것이 오래도록 지속되고 있었다.

예의 바른 인사가 체질화되면 이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다. 가정을 변화시키고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을 변화시킬 것이며 세계를 변화시킬 것이다. 이 학생들이 장차 사회의 지도자가 되었을 때를 상상해보니 절로 기쁨이 넘치게 된다. 글로벌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사람은 누구나 예의 바른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예의가 바르지 못한 이를 만나는 날이면 침울해지고 우울해진다. 이 사실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은 예의 바른 인사가 결여되어 있는 것을 잊을 때가 많다.

언제나 인사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모님에게 인사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선생님에게도 웃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인사를 잘 하는 것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오늘 날씨가 좋지 않지만 학생들의 인사하는 모습으로 인해 하루가 즐겁고 행복할 것 같다. 오후에 날씨가 개인다고 하니 오후 되면 더욱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웃음과 함께 인사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행복에 젖어본다.

학생들이 시험으로 인해 긴장되어 있을 텐데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자랑스럽다. 입시경쟁에 찌들려 잃기 쉬운 미소와 인사는 자신과 가정과 학교를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