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공모제가 대거 시행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고되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교장공모제는 시범운영부터 문제가 있어 왔지만 비리를 뿌리뽑겠다는 취지 중 하나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어떤 과정을 거쳤건 교장공모제 확대가 몰고올 교육계의 파장은 클 수 밖에 없다. 많은 학교들이 교장공모제를 도입하면서 지역교육청 개편도 함께 추진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지역교육청의 역할을 교장공모제와 연관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교장공모제 확대를 당연히 반대하지만, 지역교육청 등 교육청의 행동변화는 더욱 더 납득하기 어렵다. 기존의 시범운영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 아니고 도리어 문제를 더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구성원들이 훌륭한 교장을 공모를 통해 임용하도록 한 것을 교육청에서 인사권을 행사하려 한다. 시범운영에서 없었던 지역교육청 심사를 포함시키고 학교에서 올린 순위를 무시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학교구성원들은 적임자를 뽑기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교장을 데려오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
결국 특별한 노력 없이 교육청에서는 원하는 교장을 선택하여 교육감에게 추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학교구성원들이 원하는 교장들을 데려오기 어렵다면 교장공모제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기존의 인물들이 학교만 바꾸면서 계속해서 교장을 할 수 있다면 나머지 교장 자격을 가지고 노력하는 교감들의 입지는 어떻게 되겠는가. 교장공모제가 옳지 않다는 것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그 옳지 않은 제도를 더욱 더 옳지 않은 방향으로 교육청에서 이끌면 되겠느냐는 것이다.
교육청에서는 학교에만 맡겨두면 특정후보를 밀어주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해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교육청도 마찬가지다. 교육청에서도 특정후보를 밀어주는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도리어 교장공모제 도입에 기름을 부은 곳이 교육청의 전문직들 때문이라고 한다면 학교보다 교육청이 믿음이 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치 학교에서 잘못해서 그런 일이 발생한 것처럼 교육청에서 손을 대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기존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가뜩이나 이번의 교장공모제로 인해 지금 일선학교에서는 교감들이 여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떤 학교에 누가 지원할 것인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문직출신 교감들이 어떤 학교에 지원을 하느냐가 교감들의 최대 관심사이다. 그만큼 현재도 전문직 출신들의 힘은 막강하다. 비리의 출발점이 전문직이었음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는 것은 전문직들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교장공모제는 교육청의 의지대로 따르는 반쪽짜리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교장공모제 자체를 백지화하지 않는다면 이런 교육청의 개입은 최소화 되어야 한다. 계속해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그만해야 한다. 그동안의 기득권 유지로도 보상은 충분히 됐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공모제를 폐지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교육청에서도 마음을 비우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