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바람 머무는 꽃자리가 있는 한국도로공사수목원

2010.05.31 09:31:00

언제 추운 날이 있었느냐는 듯 눈부신 햇살아래 녹음이 싱그럽다.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와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도 식혀준다. 이때 쯤이면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지 못하면 어떤가. 삶이 살아있는 자의 몫이듯 여행은 떠난 자의 몫이다. 가까운 거리더라도 집 나서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삶들이 기다린다. 소풍가는 어린아이처럼 콧노래 부르며 즐거운 마음으로 목적지를 향해 떠나면 된다.

'짧은 만남 긴 여운' 참 정감이 가는 말이다. 이왕이면 짧은 시간에 추억남기기를 많이 할 수 있는 여행지로 떠나자. 자연의 향기가 물씬 풍기면서 지루한 일상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곳이면 더 좋다. 그런 여행지가 바로 녹음아래 각종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있는 수목원이다. 수목원은 철따라 색을 바꿔 자신의 색깔을 찾아내며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얇은 지갑 걱정하지 않고 여유를 누리기에 좋다.


수목원하면 도심에서 먼 깊은 산속이나 교통이 불편한 오지부터 떠올린다. 그래서 누구나 가고 싶어 하면서도 시간과 돈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에게 환영받을만한 수목원이 전주에 있다. 호남고속도로 전주IC 요금소에서 2㎞ 거리라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여행길에 들러보기 좋은 한국도로공사수목원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도로공사수목원은 고속도로 건설공사 구간에 조경수목과 잔디를 공급하다 수목원과 자연학습장으로 탈바꿈하고 1992년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특별한 수목원이다. "지금은 어딘가를 방문해야 볼 수 있는 꽃과 나무들이 내 고향 뒷동산과 들판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세월은 흘러 달구지는 자동차로, 동네 앞마당은 아스팔트 광장으로 바뀌었고 아파트들이 산중턱까지 들어왔습니다." 현대인들이 자연을 갈구하는 이유가 수목원 원장님의 인사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차료와 입장료는 무료다. 대신 진입로의 탐방객 안내소에 방명록이 비치되어 있다. 수목원은 관찰이 편리하도록 논밭이나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잡초가 생명력을 느끼게 해주는 들풀원, 우리나라 산야에서 자생하는 약초들을 재배하는 약초원, 나라꽃의 종류가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무궁화원, 남부의 해안이나 도서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수집·전시하는 남부수종원, 고산지역이나 바위 주변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암석원을 비롯해 일반수목원, 대나무원, 활엽수 숲, 솔바람 숲, 어린이식물원, 동물원, 잔디광장, 유리온실, 폭포, 수생식물원, 계류원, 솔내마당, 새싹(마당)밭, 관찰로, 야외공연장, 쉼터로 아기자기하게 구성되어 있다.

미선나무·망개나무·구상나무 등 환경부와 산림청이 선정한 멸종 및 보호식물을 재배하고, 해마다 여름방학이면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감수성을 깨워주는 '여름 생태학교'를 열어 자연의 가치와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나 홀로 길, 함께하는 길, 남기고 싶은 길, 새소리 길, 튼튼 길 등 우리나라 자생식물 위주로 조성된 수목원답게 관찰로의 이름들이 숲길을 걸으며 조용히 사색하게 만든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이 바라보이는 '솔바람 머무른 꽃자리' 팔각정자, '들꽃세상' 화장실도 수목원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숲길을 산책하며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인연이다. 우연한 만남이 더 소중한 인연이 되기도 한다. 수목원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다 특별한 사람들을 만났다. 남기고 싶은 길에서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들이 휴대폰으로 서로의 모습을 담고 계셨다. 전주와 군산에 사신다는 두 분의 다정한 모습에 연륜과 인자함이 풍겨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사진을 보내주겠다며 조심스럽게 이메일 주소를 물었다.

"여행 후 가장 확실하게 남는 건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느냐보다 누구를 만났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풍경과 여행일정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 지역에서 인상적이었던 마을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래 기억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일생도 그 인생여정에서 누구를 만났느냐가 참으로 중요합니다."

어느 날 주소만 있고 보낸 이가 없는 편지를 받았다. 자필로 보낸 편지의 첫 장에는 최일도 목사님의 행복하소서 중 '누구를 만났습니까?'가 써있었다. 둘째 장에는 '여행길에서 만난 행복한 선생님께! 꽃과 나무를 보러갔다가 사진 찍는 선생님을 보고 왔습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대 자연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역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 언니는 주소도, 이름도, 메일도 그냥 지나간 바람처럼 여기시라고 합니다. 허나 말씀드린 대로 '얼쑤 전북'을 보내드리니 사진을 인화하면 한 장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행복하십시오.'

수목원에서 만난 특별한 사람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만나는 사람 중 어느 누구인들 소중하지 않을까만 우연히 맺은 인연들과 추억남기기를 하는 게 최고로 행복한 여행이다.

* 도로안내
①호남고속도로 전주IC → 반월교차로 우회전 → 조촌교차로 우회전 → 고소도로 아래 굴다리 통과한 후 좌회전 → 수목원 방향으로 우회전 → 한국도로공사수목원
②익산포항고속도로 완주IC →완주교차로 우회전 → 차량등록소 앞 우회전 → 반월교차로 우회전 → 조촌교차로 우회전 → 한국도로공사수목원

* Tip 자료
① 전화 : 063)212-0652
② 주소 :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 848번지
③ 사이트 : 한국도로공사수목원(http://arboretum.ex.co.kr)
④ 참고사항 : 관람료와 주차료 없음, 매주 일요일(법정공휴일은 제외) 휴원, 입구의 방명록에 기록한 후 관람, 물과 음료수 제외한 음식물 반입금지, 수목원 내에 쓰레기통 없음
⑤ 주변볼거리 : 풍남문, 전동성당, 경기전, 최명희문학관, 오목대, 전주향교, 한벽당, 학인당, 덕진공원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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