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공모제, 문제 키우지 말아야

2010.08.02 08:39:00

교장공모에 참여한 후보자 중에서 2명의 후보로 압축하는 과정이 학교운영위원회 중심으로 심사가 이루어진 것이 한참 전이다. 그런데 최근에 서울시교육청에서 해당학교 교사들에게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하라고 했다고 한다. 교사평가가 기존 후보자에게 주어진 순위와 같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들이 여럿 있다고 한다. 즉, 1순위로 추천된 후보자가 교사평가에서는 2순위보다 한참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교사평가결과를 두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교사평가를 하게된 이유는 해당학교 교장으로 임용될 후보이니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에 운영위원회 등에서 심사숙고해서 추천한 후보자의 순위가 뒤바뀌는 것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교육청에서 내려보낸 공모과정을 철저히 지켰으나 최종적으로 교사평가가 이루어짐으로써 그동안 진행된 과정이 무시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공모에 참여한 후보자는 자신의 순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겠지만 여러가지 정황으로 순위를 대부분은 예측을 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은 왜 처음부터 교사 평가를 하지 않았느냐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해당학교 교사들이 교장공모에 참여한 후보자를 평가하는 것은 교장 자격증이 있는 교감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어쩌면 그동안 전교조에서 꾸준히 추진했던 교장선출보직제와 비슷한 형태의 공모제라는 생각이 든다. 후보자를 한번 평가하여 2명으로 압축시킨 후 교사평가를 했고, 교사평가 결과에 따라 해당학교 교장임용자가 바뀔 수 있기에 선출보직제와 유사하다고 보는 것이다.

만일 교사평가결과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면 이 역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해당학교 교사들이 교장공모에 응한 후보자를 정확히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후보자들 역시 해당학교 교사들의 평가결과를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평교사들은 같은 관내의 교감이 공모에 응했더라도 그 교감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잘 모르는 상황에서 동료교사들의 이야기만 듣고 평가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의 과정을 통해 공모심사에서 1순위에 오른 후보자가 교장으로 임용되어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 중심으로 공모교장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해당학교 교사는 물론, 학부모들의 의견까지 이미 위임받았다고 보아야 한다. 위임을 받아서 열심히 심사하여 훌륭한 후보자를 1순위로 했는데, 마지막에 교사평가를 통해 순위가 뒤바뀐다면 그렇지 않아도 공모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기에 더욱더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는 것이다.

원래부터 이런 방식으로 간다고 했다면 그 과정 중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도중에 방향이 바뀐 것이기에 더욱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모든 평가는 원칙이 있어야 하고, 그 원칙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의 교장공모제는 중도에 순위가 바뀌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노력한 댓가가 바뀐 순위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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