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문장부호 쓰지 말아야

2010.08.16 09:22:00

제목에 문장부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문 표제어에 문장부호가 많이 쓰인다. 지난 8월 14일(토) 중앙일보만 보더라도

○ 전국 최고의 대학 토론팀은?(24면)
○ 중국이 지도자를 정해놓고 뽑는다고?(30면)
○ 몸안에 효소를 보충하라!(22면 정면광고)

문장 부호는 문장과 문장 사이를 구분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본문 내용에서 문장이 길게 늘어지는 경우는 문장부호를 이용해 문장과 문장 사이를 구분한다. 또 의미 전달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문장부호를 사용한다. 제목은 말 그대로 글 전체의 제목이다. 뒤에 올 말이 없으니 문장을 구분할 필요도 없다. 강조를 위해 필요하지만, 이는 궁색한 변명이다. 특히 여기에 쓰인 문장부호는 물음표와 느낌표다. 이는 온점(.)과 함께 '마침표'[終止符]라고 한다. 제목에 마침표가 있으면 그 제목으로 문장을 마친다는 표현이 되기 때문에 사용을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제목에 마침표를 사용한 예는 신문 전체 중에 아주 극소수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 삼을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신문은 우리 사회에서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당연히 맞춤법 문제도 모범적인 틀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제목에는 마침표 등의 문장부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가르치면 아이들은 신문 표기를 근거로 선생님의 교육 내용에 이의를 제기한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잘못된 지식을 맹신하게 되는 위험한 상황에 빠진다.

마침표뿐만이 아니라 표제어에 혼란스러운 문장부호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 다음 열거한 표제어를 보면,

1. “군 장성 100명 감축 추진”(1면)
“친전교조 교육감 설득 적임자” 꼽혀(3면)
“기업인 18명 사면 환영…일자리 창출 매진”(5면)
2. 대교협 ‘난수표 대입’ 단순화 나선다(2면)
살아남은 ‘왕차관’(2면)
‘MB 저격수’ 김종률·김현미도 사면
3. 방사청 조직 축소 주도하다 청장으로(3면)
MB, 야당 인사 몇 명 막판에 직접 추가(5면)
신재민, 위장 전입 사과(6면)

신문에 1번처럼 큰따옴표를 사용한 표제어는 65건(별지는 조사하지 않음) 중 14건(22%)이었다. 2의 경우는 작은따옴표를 사용했는데, 이는 17건(26%)이었다. 결국 제목에 문장부호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48%로 반을 넘지 못했다.



문장에서 큰따옴표(“”)는 대화, 인용, 특별 어구 따위를 나타낸다. 그러나 이는 문장 내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그나마 작은따옴표는 문장에서 중요한 부분을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드러냄표 대신에 쓰기도 한다고 볼 때, 표제어에서 문장부호 사용이 가장 자연스러운 경우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부호 사용도 일관성이 없고, 자의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아 신중해야 한다. 결국 위의 예문 3의 경우처럼 표제어는 문장부호가 없는 것이 자연스럽다. 시각적으로 부담이 없고, 의미 전달도 쉽게 받을 수 있다.

표제어에 문장부호를 사용하는 이유는 전체 내용을 압축적으로 담아야 하고,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을 듯하다. 또 표제어에 큰따옴표를 사용한 것은 편집자가 특별 어구로 분류하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유의 표현은 편집자의 의도가 개입되어 객관적 보도라는 언론의 역할에 맞지 않는다. 그리고 편집자의 의도를 살리려면 신문 전면을 큰따옴표로 치장을 해야 하는 어려움에 빠진다.

참고로 문장부호는 문장의 뜻을 돕거나 문장을 구별하여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하기 위하여 쓰는 여러 가지 부호를 말한다. 문장부호는 글의 효과적인 표현을 도와주는 것으로 문장 내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논문 등에서는 문장부호가 정확해야 한다. 문학 작품에서도 문장부호는 표현 효과를 높이는데 기여한다. 문장부호는 언어 표현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전달할 수 있어, 문학 작품에 사용하면 풍부한 표현을 할 수 있다.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도 올바른 문장부호 사용은 그 사람의 사람됨을 드러낸다.

문장부호의 체계와 명칭은 ‘한글맞춤법 부록’에 두고 있다. 여기서는 ‘마침표[終止符], 쉼표[休止符], 따옴표[引用符], 묶음표[括弧符], 이음표[連結符], 드러냄표[顯在符], 안드러냄표[潛在符]’ 등 7개 항목으로 분류하고 각 항목에 세부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언어생활을 할 때 표정도 중요한 의미 전달을 한다. 문장 부호는 우리의 언어생활에 표정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장부호 규정이 ‘한글맞춤법 부록’에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규정을 지켜서 바른 언어생활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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