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으면 졸업, 안맞으면 중도탈락.

2010.08.25 17:41:00

서울시교육청의 체벌금지 조치에 대해 일선학교 생활지도부장 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반발이라는 표현으로 언론을 타고 있지만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의견을 이야기하는 정도였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체벌금지에 대한 문제와 이에대한 이견제시를 했을 것이다. 체벌금지조치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요즘 시대에 학교를 도중에 그만두는 중도탈락 학생들이 많다고 문제를 제기하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을 억지로 학교밖으로 내몬다는 식의 평가는 곤란하다. 학교에서는 어떻게 하든지 단 한명의 학생이라도 끝까지 끌어안고 가려고 한다. 교사에게 불손한 행위를 간혹해도 그것을 참고 견디면서 그 학생을 졸업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그 학생도 교사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을 반성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체벌을 금지하면 학생인권이 보장되는 학교가 될 수는 있지만 학생들은 정확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 규칙을 위반할 경우 체벌 한 두대로 해결될 문제가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과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학교규칙 만으로는 도저히 지도가 안되는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비교육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중도탈락 학생을 줄여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도 어긋나게 된다.

체벌을 하면 그 학생은 다소 문제가 있을지라도 졸업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범죄에 해당하는 죄를 짓지 않고서는 여간해서 학생들을 학교밖으로 내모는 일은 없다. 맞으면 졸업이 가능한 학생이 안맞고 중도에 탈락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체벌의 정당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단 한명의 학생이라도 보호하고 중도탈락이 없도록 하는 것이 학교의 책무라면 전면체벌금지는 시기적으로 적절한 조치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체벌이 없어져야 한다는 기본취지에는 누구나 공감을 한다. 그러나 그 체벌을 없앰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과 잃을 수 있는 것을 명확히 해 두자는 이야기이다. 체벌을 대체할 만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결국은 엄격한 규정을 따질 수 밖에 없다. 학교에서 지도가 안되는 학생을 법에 호소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해당학생은 물론 학교도 상당한 심적부담감을 갖게 될 것이다.

법에 호소하면 체벌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법에 정해진 대로 모든 것을 추진해 갈 것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교사들의 마음이 편할리 없다. 도리어 몇대 때려서 학생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방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체벌을 전면 금지하는 것에 따른 부작용이 염려되는 대목이다. 어차피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쪽이 학생들을 위하는 길인가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중도탈락없이 제도권 교육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향이 맞는 방향이다. 체벌이 없어져야 한다면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그 이유는 체벌도 없는 상황에서 규정마저 엄격하지 않으면 학생지도가 갈수록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을 알고 있으면서도 교육당국에서는 체벌을 대체할 방안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체벌을 금지하면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알아서 체벌 대체방안을 강구하라고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학교는 학교대로 교육당국은 당국대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한꺼번에 겪을 수 있는 일련의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 교사들 역시 마음이 편치않다. 체벌금지를 찬성하면서도 앞으로의 교육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체벌을 하기위해 교단에 선 교사는 없다. 극히 일부에서 일어나는 폭력성 체벌을 막기위해 전체를 규제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 빈대 한마리 잡기위해 초가삼간을 모두 태울 것인가. 아니면 그 초가삼간을 지킬 것인가 깊이 생각해야 한다. 교사의 의견과 교육현장의 정서, 학부모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옳은 방향이 아닌가 싶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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