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루호우 숫 굴뚜리>의 어울림

2010.08.26 11:18:00

필란드는 우리 남한의 3배 넓이에 530만의 인구가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는 세계적인 복지국가이다. 북유럽의 산림과 호수의 나라로 4계절이 뚜렷하고 춥고 긴 겨울과 따뜻한 여름이 특징이며 북쪽의 북극권에는 73일 동안이나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이 계속되기도 하고, 겨울에는 51일 동안 해가 뜨지 않은 신비의 나라이기도 하다.

이러한 필란드는 교육 강국의 빛나는 명성을 거머쥐고 있으며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그것은 1960년대부터 교육본질 구현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이다. 특히 필란드에서는 영국, 미국 등 세계 각국이 21세기의 무한 경쟁 체제에 뛰어들면서 교육의 화두를 ‘경쟁’으로 삼고 있는 추세임에도 여전히 ‘협력’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협력’ 교육의 놀라운 힘은 3년마다 시행되는 PISA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성적도 세계적 수준이기는 하지만 필란드 교육에는 주눅이 들어 있는 느낌이다. 우리의 높은 교육열과 많은 사교육비 부담, 두 배 이상이나 많은 학습량 등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PISA 성적표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필란드 교육의 놀라운 성공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의 교육학자나 교육운동가들은 상당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자연스럽게 교육에 대한 이념 논쟁으로 확대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필란드 국민들의 교육에 대한 신념과 사회적 신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필란드의 <꾸루호우 숫 굴뚜리>에 관심을 가졌다. 이를 우리말로 나타내면 <우의(雨衣)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에게는 낯선 문화이다. 즉, 필란드에서는 비가 오면 아이들이 비옷을 입고 쏟아지는 빗속에서 마음껏 친구들과 뛰놀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꾸루호우 숫 굴뚜리>라 하는데, 빗속에서 뛰놀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잘 대처하면서 또래끼리 어울리면서 한바탕 신나게 논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교육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빗속에서 친구들과 어울림으로서 사회성과 상호협동성이 길러지고, 때때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직면하게 되는 크고 작은 문제에 대하여 놀라운 상상력이 발휘되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고력, 비판력, 문제 해결력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게 하는 어떤 문화도 없다. 부유한 집안에서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똑똑하게 키우려 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열악한 가정에서는 따뜻한 돌봄이 없는 상황으로 방치되고 있다. 함께 어울리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경쟁만을 강요하고 있다. 아이가 자라면서 말을 하기 시작하면 바로 글자를 가르치기에 정신없고, 바로 이어 외국어 조기교육에 정신없이 빠져들고 있다.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여러 개의 학원을 전전하게 하면서 친구보다 ‘잘 하기’와 ‘앞 서기’를 강요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남보다 앞서는 방법’을 가르치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학교에서의 ‘친구끼리의 협력’은 애초부터 어색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필란드 국민의 교육에 거는 신뢰와 신념을 배울 필요가 있다. 그들은 놀이문화에 담긴 교육적 의의를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즉 ‘어울림’을 통하여 사회성, 협동성을 길러 소통의 기술을 배우게 하고, 맞닥뜨리는 상황에서 문제해결력, 창의력, 비판력을 배우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학교와 학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적 지식에만 골몰하게 하면서 아이들에게 기성세대의 왜곡된 꿈을 일방적으로 주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것은 미래지향적 교육이 아니다.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야할 아이들을 놓고 과거를 답습하고 고수하려는 기득권층의 몸부림을 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다양성과 창의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비추어 볼 때, ‘어울림의 교육’이 되살아나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본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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