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에서 배우는 교육

2010.09.02 12:37:00

요즈음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시청률이 매회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거성그룹의 후계 문제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대립도 흥미롭지만, 나는 팔봉선생(장항선 분)의 제자 사랑과 경합 과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보인 그의 철학과 소신에 주목하면서 보았다. 특히 죽음을 앞두고 스승을 배신한 태조와 진솔하고 열정적으로 살아온 탁구, 두 제자에게 제시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은 어떻게 해결될 지 자못 궁금하다.

그가 제시한 첫 번째 경합과제는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을 만드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배고픔의 아픔을 경험한 탁구는 ‘보리밥빵’을 해결책으로 제시했고, 배고픔의 아픔을 경험하지 못한 태조는 빵의 열량을 계산하여 만듦으로써 배부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 과제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그 기저로 삼은 것 같다.

그러나 두 번째 과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빵’에서는 심각한 혼란에 빠진다. 승부에 눈이 먼 태조가 이기기 위해서 갖은 술수와 계략을 동원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여자 친구를 빼앗음으로 해서 탁구를 흔들리게 하고, 탁구의 천부적으로 뛰어난 후각을 시기하여 약물을 동원하기도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스승의 발효일지를 훔쳐내고, 춘식 영감의 스승에 대한 반감을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탁구는 이처럼 악조건에서도 오로지 ‘재미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밤늦게까지 혼자 제빵실에 남아 김치, 청국장, 막걸리, 새우젓 등의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발효종 찾기에 정신이 없다. 경합결과 탁구는 실패한 빵을 만든 소감을 솔직하게 토로하면서 새로운 결의를 다지지만, 태조는 춘식 영감이 만들어 준 레시피 대로 빵을 만들어 놓고 이스트 없는 빵을 만들었다고 스승을 기만한다.

이를 본 팔봉 선생의 준열한 가르침이 쟁쟁하다.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은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드러난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고,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빵’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정신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태조, 너는 경합에서 이길 생각에만 눈이 어두워 네 것도 아닌 것을 네 것인 것처럼 만드는 악수를 두었겠지!”라고 나무란다.

팔봉 선생의 꾸지람에서 보듯, 탁구와 태조에게 낸 경합과제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의식을 심어 주는 과제였다. 또한 도전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진정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길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팔봉의 꾸지람에 담긴 ‘도전을 즐기는 삶’이야말로 경쟁교육에 매몰된 우리 교육계에 던지는 의미심장한 화두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교육열은 세계의 금메달감이라고 한다. 어린 아이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 바로 글자를 가르친다. 글자를 깨우치기가 무섭게 외국어 교육 열풍에 휩쓸린다. 모두 한결같이 옆집 아이보다 앞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기기 위한 교육’에 정신이 없다. 옆집 아이가 하니까 우리 아이도 해야 한다는 식이다. 선수학습을 시키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디지 못할 만큼 우리는 조급증에 빠져 있다.
 
바로 <제빵왕 김탁구>의 태조처럼. 우리에게는 아이 스스로 도전감을 갖게 하는 교육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로지 옆집 아이보다 하나라도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게 하는 데에 급급하면서,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게 하는, 그리고 새롭게 도전하게 하는 교육은 소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여전히 교과서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면서 ‘이기는 교육’만을 고집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드라마에 담겨 있는 교육적 의미를 되새기면서, 우리 교육의 발전 방향을 새롭게 탐색해 보았으면 한다. 세 번째 과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에서는 무엇을 일깨워 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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