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비웃듯 쏟아지는 국감자료

2010.09.18 09:46:00


<대부분의 국감자료는 긴급을 요구하고 있다.9월 17일 공문접수 목록에 (긴급)을 요하는 국회의원과 시의원의 요구자료들이 보인다.>

국감자료 제출로 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들어 학교는 국감자료 보고로 교사들이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을 뿐 아니라, 비슷한 자료요청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총이 매년 국감자료요구에 대한 방안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를 비웃듯이 국감자료는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오늘 하루만 하더라도 우리부서에 도착한 국감자료가 4건이다. 모두 오늘 해결해야 할 자료였다. 정확히 헤아려 보지는 않았지만 지난해에 비해 2배정도는 늘었지 않나 싶다.

수업도중에 불려나와 국감자료 준비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시간내에 제출하지 못하면 혹시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되기에 가급적 시간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시간을 맞추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만일 담당자가 출장이라고 간 날은 더욱더 어렵다. 다른 교사가 해결하기 위해서는 담당교사보다 2-3배의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비슷한 종류의 요구사항도 있다. 인턴교사 채용현황의 예를들면 사교육없는 학교 인턴교사, 수준별이동수업 학습보조 인턴교사의 현황을 요구한다. 여기에 인턴교사의 인적사항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름은 익명처리하지만 학력, 채용전 직업, 나이, 전공, 자격증유 무 등 개인정보와 관련있는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다. 다음에 오는 요구사항은 이 중에서 사교육없는 학교 인턴교사 현황만 요구하기도 한다. 앞서 보낸 양식과 거의 같지만 완전히 같지 않기 때문에 또다시 작성을 해야 한다.

최근 3일간의 국감자료와 시의원요구자료를 포함해 15건 정도가 접수되었다. 그런데 대부분이 긴급을 요구하고 있다. 오전에 도착하여 오후에 보내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간혹 발생한다. 시간이 지나면 교육지원청에서 계속해서 교감선생님에게 전화를 한다. 전화를 받은 교감선생님도 어쩔수 없이 담당교사를 찾게 되는데, 이러다 보니 수업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 공문서의 수를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전자메일을 이용하는 경우들도 많다. 공문시행이 늦어지기 때문에 메일로 먼저 보낸다고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비난을 면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보인다. 그나마 자료를 보내면 장학사들 중에는 수고했다거나 고맙다는 인사를 메일로 보내는 경우가 있어 바쁜 와중에도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장학사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물론 장학사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어쨌든 공문을 보내는 쪽이니 간단한 인사라도 한다면 힘이 날 수도 있다.

매년 한국교총에서 국감자료 요청에 대한 개선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매년 다르지 않다. 피부로 느낄만큰 줄어들지 않는다. 올해같은 경우는 도리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교육지원청에서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또다시 요구하기도 한다. 장학사들이 바쁜 것은 이해가 가지만 기존의 자료를 찾는 것과 공문을 내려보내서 제출받은 자료를 다시 정리하는 것 중 어느것이 편리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감자료 요구에 대한 공문서 감축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아무리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도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는 개선될 수가 없다. 결국 학교와 국회의원 모두가 만족할 만한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대책이 없다.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검토와 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연구를 의뢰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대책은 없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수업보다 공문서가 우선되는 풍토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교과부의 큰 숙제가 아닌가 싶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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