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교사가 있습니다!

2010.09.24 21:05:00

추석 연후 9월 23일 저녁 모 방송국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을 시청하고 있었다. 세상에 정말 이런 일이 있을까 하고 생각한 것들이 툭툭 일어날 때마다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새삼 느끼곤 한다.

그 중에서 104살 한형근 할아버지의 하루 일과도 놀랄만하지만 그분의 체력 관리법에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수학 교사였던 그분은 은퇴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수학을 새롭게 연구하였다면서 지금 고등학생 3명에게 과외를 하고 있다고 한다. 과외를 받는 학생은 할아버지의 가르침이 오늘의 수학을 새롭게 연구하여 가르쳐 주셔서 더 즐겁다고 하였다.

한형근 할아버지는 하루의 일과가 시계 바늘이 움직이는 것처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맨발로 늘 운동하시고 그리고 난 후에는 찬물로 목욕을 하시고 그리고 난 후에는 수학을 연구하시는 것이 하루 일과라고 하였다. 사람이 운동을 하여야 한다고는 하지만 이분만큼 자신의 뚜렷한 의지에 따라 초지일관 운동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운동 선수는 운동이 자신의 갈길이기 때문에 밥먹고 나면 고정적으로 더 많은 운동을 하여 자신의 기량을 넓혀 나가려는 것이지만, 이분은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오히려 운동량이 늘어서 신체나이는 작년보다 올해가 더 좋아졌다는 의사의 말을 방송을 통해 들을 때 나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방송이 끝나자 책상 앞에 앉아 교사인 나로서 그분에 대한 어필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매일 아침 조깅과 냉수욕을 하지만 주5일제나 일요일에는 더러 빠지는 날도 있다. 또 해가 갈수록 나의 건강이 회춘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다. 그리고 매일같이 교사이기 때문에 책을 본다고 하지만 과연 은퇴 후 자신이 배운 전공 지식을 지속적으로 살려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지. 그것이 한형근 할아버지의 삶을 보고 새삼 되뇌여 진다.

요즘 교사들 사이에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은퇴 후의 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누가 은퇴후 10년 내에 쉽게 죽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노인 대접을 받는 시대도 아닌 현실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한형근 할아버지를 보면서 교사도 교장으로 승진한 후 자신이 소지한 지식을 은퇴 후에 다시 후학들을 위한 봉사를 할 수 있는 체력과 자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우지 않는다면, 만약 정년이 되어서도 나이들고 평교사로 남아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학생들로부터 한형근 할아버지와 같이 학생들로부터 존경받는 교사가 될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 실력이 없어 배우기 싫은 교사로 평가받게 되면 그만큼 슬픈 일도 없다. 오늘을 살아가는 교사는 체력상으로 젊음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가르침에 있어서 코미디와 같은 웃음을 학생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교사가 되어야만 한형근 할아버지가 수학 과외를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위상의 교사로 인정받을 것이다.
조기철 인천 초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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