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호국원에 가면 6.25 전사자들의 묘를 만나게 된다. 한가위라 조상의 묘를 찾는 일은 드물겠지만 조상의 영영들을 위해 묘를 찾는 후손들의 발걸음은 쉴 새 없다. 위대한 장군의 묘에서부터 병사에 이르기까지 아름답게 장식되지도 않았지만 깔끔하고 단정한 황색 옷을 입은 묘역에 서서 종대와 횡대로 늘어선 비석들의 모습이 마치 가신 임을 대신해서 군사열을 하는 자태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꿋꿋하게 부동자세로 서 있어야 하는 병사들의 훈련 모습처럼 눈동자 멀리 바라보고 뜨거운 태양도 이랑곳하지 않고 늘어서 있는 묘소들의 늠름함이 한국을 지켜온 자랑스러운 영영들이 아니던가? 아무리 고개숙여 바라보아도 그들의 늠름한 모습은 태양의 빛을 받으며 영원히 온 후손들의 칭송을 받으며 꽃을 받으며 뭇 사람들의 절을 받으며 살아갈 것이고 온 지구상에 회자되어 퍼져 나갈 것이다.
일 년에 한 번 후손들의 절을 받으며 살아가는 묘역과는 달리 온 사람들이 찾아와 사시사철 먹을 것 놓아드리고 사계절 집앞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어 좋은 환경 만들어 주시고, 언제나 멀리 찾아 떠날 수 있도록 아스팔트 포장길에 사뿐히 즈려 밝고 가시게 하였고, 손자 손녀 찾아와 재롱부리며 할아버지 홀로 외로움 달려 드리니 산수 좋고 풍수 좋은 곳에서 공기 마시면서 영원히 장수하게 하소서.
누구나 죽어 한줌의 재로 떠나가면 그만이지만 이곳에 누운 영영들의 재와 혼은 온 후손들의 넋이 되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교과서 되어 가르치고 수천 년을 보내면서도 변함없이 밝은 얼굴로 소리내어 보여주는 시냇물 같이 인사하시고, 하늘의 물 들이켜 하얀 머리 푸른 머리 만들어 내품으시니 온갖 나비 벌 찾아와 인사하고 새 씨앗 뿌려 놓고 가니, 다음 해 또 다른 꽃들 풀벌레 맞이하는 품평회 그 누가 찬사를 보내지 않겠는가?
호국의 영영들이여! 떠나는 발길을 아쉬워 하며 또 다음 해를 약속하며 이별의 손 대신 큰 절 올리며 돌아섭니다. 영천 호국원이여! 우리 민족의 앞날을 밝게 비춰줄 위대한 장정들이여 건너편 푸른 솔처럼 살아 우리와 말하고 들으며 속삭임 더해 주는 임의 목소리 언제 다시 통일의 송사로 외치며 일어날 것이가? 길은 멀고 갈 길은 아득하지만 그 목표 이루는 날 오랫동안 채워 간직한 힘 박차고 일어나시어 북녘땅이 고국땅 되어 하나 된 나라에서 호국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