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층 교무실에서 근무를 한다. 교무실에서 책을 챙긴다. 3학년 문제집, 분필통, 학생지도 카드 파일을 왼손에 들고, 오른손에는 지도봉을 들고 나선다. 계단을 걸어서 올라갈 때 계단에 휴지를 줍는다. 늦게 교실로 들어가는 학생과 만나면 휴지를 줍게 하기도 하고 주웠던 휴지도 학생에게 넘겨준다. 깨끗한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서 생각해 본다. 무엇을 오늘도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할까? 나는 제대로 교재를 잘 연구하였는가? 나는 올바른 교사로 살아가고 있는가? 창밖의 들을 보며 하늘을 보며 스쳐 지나가는 주마등처럼 순간순간의 생각으로 어느 듯 교실 앞에 선다. 출입문을 지도봉으로 쳐서 잠자는 학생들에게 기상을 알린다.
교탁 위에 책과 분필통을 놓는다. 그리고 칠판을 본다. 칠판이 지워져 있지 않거나 깨끗하게 닦여져 있지 않으면 주번에게 지우게 한다. 출석은 결석 학생이 있는 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전체 학생들의 분위기를 살핀다. 공부할 분위기가 잘 되어 있으면 바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문을 시작한다. 어제 빅 뉴스는 무엇이더라, 요즘 진학사에 들어가 보니 각 대학의 경쟁률이 너무 높더라 등등 학생들의 관심거리를 들추어 가며 학생들을 집중하게 만든다. 그렇게 하면 잠에 어려 있던 학생들도 고개를 들고 유심히 바라본다. 그러면 올해의 면접 대비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등 서서히 책과 연계된 이야기로 이끌어 간다. 이런 시간이 5분 정도 흐르면 그때부터 수업으로 들어가 교과서 학습을 한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잠자는 학생은 교사가 미필적 고의죄를 짓도록 유도하는 자라고 하면서 용서하지 않는다. 즉 교사가 자는 학생을 그냥 방치하는 것은 그 학생을 왕따로 만드는 경과를 초래한다. 학부모가 교실을 지나가다가 자신의 아들딸이 자고 있는데 교사는 자는 아이에게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고 수업만 계속한다면 학부모는 교사에게 내 자식을 의도적으로 왕따를 만드는 미필적 고의죄를 짓고 있다고 하지 않을 부모가 과연 있을까? 학생이 수업시간에 잠을 잔다는 것은 교사의 관심을 의도적으로 유도하여 다른 학생의 수업권을 방해하는 자가 되는 것이요, 학생이 수업을 바로 들어야 함에도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해위는 학생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학생이 학교에서 범하는 가장 큰 죄는 수업권을 방해하는 것이다.
나는 수업시간에 잠자는 자를 용서하지 않는 관계로 순회 수업을 한다. 한 문장을 읽고 난 후 각 분단 사이의 통로를 오가며 잠자는 자의 등을 때리기도 하고, 머리로 학생과 박치기를 하면서 웃고 웃으면서 분위기를 돋우기도 한다. 한 시간 동안 수업을 교탁앞에 서서만 이루어질 때는 거의 없다. 문답법을 써서 끊없이 질문을 퍼 붓는다. 그래도 자면 그 학생으로 하여금 교과서 지문을 읽게 한다. 그래도 자면 학생을 불러내 3분 스피치를 시킨다. 수업이 잠시 중단돼 휴식을 갖는 동안 스피치 하는 학생의 일거일동을 살피면서 질문을 퍼 붓는다. 학생은 저녁에 몇 시에 자는가? 어느 대학을 갈 것인가? 무슨 과를 선택할 것인가? 그야말로 학생의 헛점을 찾아 집요하게 질문을 하여 스스로 자신을 뒤돌아보게 한다. 그런 사이에 한 시간은 순식간에 간다.
나갈 때는 인사도 받는 일이 드물다. 내가 스스로 한다. 나는 거의 학생들에게 행동의 자유를 100% 준다. 동시에 100% 의무를 강요한다. 화장실에 가는 것도 자유다. 단 3분 이내에 들어오지 못할 때는 흡연자로 간주한다는 단서도 붙인다. 떠드는 학생에게도 2번 경고를 준다. 그 이상 지적되면 퇴실시키다. 퇴실하는 사이에 비속어를 사용하게 되면 즉시 부모를 학교에 오시게 한다. 학생의 버릇을 바로 고치게 하고 부모에게 서약서를 받는다. 두 번 다시 반복될 때에는 학생을 징계처리 한다는 학부모의 지도를 무언중에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