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주는 여유, 그리고 멋진 어울림

2010.10.01 10:37:00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한 청년이 바닷가를 거닐다가 게를 잡고 있는 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 곁에는 자그마한 대[竹]광주리 두 개가 놓여 있었는데, 하는 뚜껑이 덮여 있었고, 다른 하나는 뚜껑이 열려 있었다. 청년은 뚜껑이 닫혀 있는 대광주리에는 게가 가득 들어 있고, 열려 있는 대광주리에는 게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곁으로 갔다. 그런데 뚜껑이 열려 있는 대광주리에는 예상과는 달리 엄청나게 많은 게가 가득 담겨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뚜껑을 덮어 놓은 대광주리 안에는 게가 고작 한 마리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노인에게 물었다.

“어르신 게가 한 마리밖에 없는 이 대광주리는 왜 뚜껑을 닫아 놓고, 게가 가득 담긴 저 대광주리는 뚜껑을 왜 열어 놓았나요?”

그 노인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젊은이가 모르는 것이 있구먼. 이 대광주리는 보다시피 다른 광주리와 달리 입구가 좁고 바닥이 넓지 않은가? 그래서 게가 한 마리 있을 때에는 뚜껑을 잘 덮어두지 않으면 도망가 버리고 만다네. 그러나 두 마리 이상만 있으면 뚜껑을 덮어둔 거나 다름없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네. 왜 그런 줄 아는가? 한 마리일 때는 이놈이 아무 거리낌도 없이 광주리 입구로 기어 나와 여유롭게 도망칠 수 있지만, 두 마리 이상이면 여러 마리가 동시에 입구로 몰려들어 빠져나갈 공간이 생기지 않는다네. 즉 서로 먼저 도망치기 위하여 밀고 당기고 하느라고 결국에는 어느 한 놈도 도망가지 못하고 만다네. 그러니 뚜껑을 닫아둘 필요가 없는 것이라네.”

이는 피할 수 없는 경쟁의 폐해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만약 대광주리의 게들이 서로 양보하고 기다리면서 배려했다면 모두 탈출하여 함께 사는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인데, 그들은 서로 다투다가 꼼짝없이 모두 죽을 운명에 처하고 만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들도 어떤 문제가 안고 있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의미를 파악하여 서로가 발전할 수 있는 지혜를 찾지 못한 채, 오로지 상대를 이기는 것에만 골몰하다가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맹목적인 승리에 집착하여 서로 다투기도 하고, 때로는 목숨까지 거는 어리석음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는 상대에 대한 이해나 배려 없이 자신의 주장이 최선이라며 서로 다투는 모습을 너무 자주 보아왔다. 의회에서의 팽팽한 여야의 대립이 그렇고, 노동현장의 노사간 대립이 또한 그러하다. 지역간 계층간의 대립과 갈등, 진보와 보수의 대립과 갈등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심각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대립과 갈등의 원인은 모두 한결같이 어느 일면만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일방적 주장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로 접근하면 서로가 발전할 수 있는 멋진 방안을 찾아낼 수 있음에도 편향된 주관적 확신을 맹신하면서 필요 이상의 대립과 갈등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갈등과 대립의 현장에는 항상 상생의 멋진 원리가 내재되어 있다는 점을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 열려진 대광주리 안의 게처럼 좁은 소견으로 상대방을 붙들고 불필요하게 에너지와 정열을 소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는 협력의 윈윈(win-win) 원칙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서로 마음을 열고 조금만 대화를 하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 서로 통하게 되는 평범한 삶의 원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닫혀 있는 우리의 속 좁음을 따끔하게 지적한 심리학자 칼 융(Carl Gustav Jung)의 ‘나’와 ‘우리’가 만나야 완전한 내가 된다’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절대적인 ‘나’란 존재할 수 없으며, ‘우리’라는 사회 속에 녹아드는 ‘나’일 때만이 ‘완전한 나’가 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 내가 가지고 있는 철학, 내가 가지고 있는 신념만이 절대적으로 옳을 수는 없다. 타인으로 지칭되는‘우리’와 만나 함께 조화를 이룰 때, 이것이야말로 모든 이에게 성공과 자유로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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