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 사건, 그들은 UFO 함정에 빠졌다

2010.10.12 16:00:00

이탈리아 인지심리학자 마테오 모테를리니의 '마인드 트랩'에서 지적한 인간의 보편적 특성들이 있다. '소망적 사고'라고 불리는 인간의 이중성을 말하는 심리학 용어가 있는데, 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보는 태도다. 예측과 희망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다.

또 다른 것으로는 'UFO 함정'이 있는데, 자기 생각과 비슷한 사실만 보게 하고 반대 사례는 무의식중에 무시하거나 멀리 하는 태도다. 즉, UFO를 믿는 사람들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증거들만 편협하게 믿게 되고, 그 반대되는 증거는 철저히 배척한다. 비슷한 것으로 '인지부조화' 도 있다. 내 생각이 그렇다고 생각하면 행동도 거기에 맞추어 행동한다는 것이다.

뜬금없이 생소한 인지심리학을 거론한 것은 얼마전 세간을 장식했던 타블로라는 가수의 학력 위조 논란 때문이다. 그 가수는 미국 스탠퍼드라는 대학을 그것도 석사, 바사 과정을 조기 졸업하였다고 한다. 게다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 한데다가 간간이 시를 쓰고 소설도 쓰고 힙합 같은 음악도 했다는데 일부 네티즌들이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고 이곳에다가 의혹을 올리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모양이다.
 
급기야 당사자가 갈수록 심해지는 모욕과 확대되는 소문을 진압하고자 소송까지 하였다고 한다. 때마침 경찰까지 나서서 타블로의 졸업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도 밝혀냈다. 조만간 해당 카페 운영자와 모욕적으로 글을 올린 누리꾼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다고 하니 법의 심판은 멀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에는 남의 사생활이라고 생각되어서 별 관심이 없었으나 사람들 입에 자꾸 회자되고 소송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투쟁을 하는 모습이 보여 그 가수와 관련된 그간의 내용을 훑어보았다. 그런데 이제 그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은 단순한 진실게임을 벗어나 UFO 함정에 빠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즉, 가수의 학력에 대한 진위 여부 보다는 네티즌들이 모인 그 카페에서는 타블로가 밝히는 진실여부와는 관계없이 수많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 자체에 관심이 옮아간 형국이다. 가수가 졸업했다는 대학교 행정담당자와 교수가 졸업에 대한 확언을 하여도 그들에게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다. 오직 우리끼리만 통용되는 목표물에 대한 말만 중요할 뿐이다. 즉, 어떠한 사실과 진실에 대해서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믿기 싫은 것이다.

여기에다가 한국사회 특유의 학벌 신봉주의가 그것을 더 부추긴 면이 있다. 이른바 미국 명문 대학을 열심히 공부한 것 같지도 않은 사람이 그곳을 들어가? 그것도 노래나 흥얼거리는 힙합 가수 주제에? 정상적으로 6년 안에 마치기도 힘든 석사와 박사를 4년도 안되어서? 나 같이 열심히 하는 사람도 들어가기 힘든 곳을 가수 따위가? 한마디로 이것은 르상티망(ressentiment)이다. 이것은 철학자 니체가 한 말로 약자의 질투와 패배자의 시기심을 일컫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로 인해 교육적 가치와 함께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과학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적 태도란 매사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각종 믿을만한 증거를 찾아보고, 충분한 근거자료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주장에 접할 때 그것이 합리적 근거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늘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고, 따라서 늘 잘못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협한 사고는 반드시 부정확한 결론에 이르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백장현 교육행정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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