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
"오메, 우리 2학년은 밥 좀 많이씩 좀 먹으먼 좋겄다잉~ 이쁜 것들이 왜 이렇게 음식을 더 주란 말을 안 한다냐잉~"
"아, 예. 우리 반 아이들은 음식을 남기고 먹으면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스스로 먹는 양을 조절해서 그렇답니다."
"오메, 그라요. 나는 내가 해 준 음식이 맛이 없어서 그란 줄 알고 속상했는디! 그라고 보니 우리 2학년 식판은 언제나 깨끗하더만~"
"저도 아이들만큼만 주세요. 저부터 남기면 아이들에게 할 말이 없거든요. 그리고 욕심의 시작이 음식을 탐하는 데서 부터랍니다. 조금 더 먹고 싶을 때 참을 수 있도록 가르칩니다.그래야 자제력이 길러진답니다."
우리 학교에 새로 오신 조리사 선생님이 날마다 하시는 말씀이랍니다.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음식을 들고다니면서 아이들에게 나눠 주며 하는 말씀이지요. 음식을 남기면 벌점을 받으니 두 배로 손해가 되니까 아이들은 자기가 먹을만큼만 받되, 골고루 먹어야하는 학급의 식사 규칙을 잘 따릅니다.
학년 초에는 싫어하는 음식을 먹다가 한 두번 토하던 아이가 있었으나 이제는 그 아이까지도 잘 먹게 되었으니, 요즈음의 우리 반 아이들은 점심 식사 시간을 즐기는 편입니다. 집에서는 먹어볼 수 없는 음식도 골고루 나오고 그 시간에 식사 예절도 배우므로 학교 급식 시간이야말로 영양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시간입니다.
젓가락 사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 어른보다 먼저 수저를 드는 아이, 식탁을 더럽히는 행동이나 꼭꼭 씹지 않고 입을 벌리고 먹는 것까지 일일이 배우는 시간입니다. 그러니 점심 시간은 단순히 먹는 시간이 아니라 공부하는 시간이 분명합니다.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면 그 아이의 성격이나 행동의 문제점까지 보입니다. 덜렁대고 성질이 급한 아이는 밥을 먹는 것도 속도전입니다. 씹지 않고 삼키거나 시끄럽게 먹지요.
특히 건강하고 차분한 아이일수록 밥을 먹는 태도도 차분하고 음식을 대하는 태도도 긍정적입니다. 특별히 싫어하는 음식이나 좋아하는 음식에 상관 없이 차분하게 잘 먹습니다. 그러한 태도는 바로 집에서부터 배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밥상머리 기적>에 나타난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함을 보여줍니다. 그 책에는,
"하버드대 연구진은 3세 자녀를 둔 가정 83가정을 대상으로 2년여에 걸쳐 아이들의 언어 습득에 관해 연구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다른 어떤 조건보다 가족 식사를 많이 한 아이들의 어휘 습득력이 월등했다. 아이가 습득하는 2,000여 개의 단어 중 책 읽기를 토해 얻는 단어는 140여 개인 반면, 가족 식사 중에 배우는 단어는 무려 1,000여 개에 달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가족 식사에서 습득한 어휘력이 학교에 들어갔을 때 학업 성적과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 가족 식사 전통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사이,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밥상머리 교육의 열풍이 일고 있었다. 그 바탕에는 밥상머리 교육이 인성 함양은 물론 아이의 두뇌 발달과 학습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놀라운 결과들이 뒷받침되어 있다."
우리 학교에서도 학업 부진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아침 식사를 거르거나, 부모나 가족이 일찌감치 일터로 가셔서 혼자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저녁 식사 시간에도 가족과 함께 밥을 먹는 경우보다 따로따로 먹는 경우까지 있어서 하루 종일 가족 식사를 하지 못하는 아이까지 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행복은 식탁에서부터 시작해요
가족끼리 아침식사를 하면서 다양한 토론 주제를 내놓고 이야기를 하는 수준까지는 되지 못해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일상적인 대화마저 할 수 없을만큼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게 현실입니다. 이 글을 쓰는 저 자신조차도 출퇴근 시간에 쫓겨 아침식사 준비만 해 놓고 학교로 달려갔던 지난날이 아프게 다가섭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침식사를 같이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밥상머리의 기적>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우리 반 학부모님에게도 알림장을 써서라도 아침식사를 같이 하도록 권유해 보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가족임을 생각한다면, 그 가족들과 눈을 맞추며 서로 먹으라고 권하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살아간다면, 하루하루를 좀 더 행복하게 살지 않을까 합니다. 행복은 바로 곁에 있음을 나누는 식사 시간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너나없이 가난하던 어린 시절, 새벽 일을 나가시던 아버지와 함께 밥을 먹게 하려고 어린 나를 깨워서 밥을 먹게 하던 부모님의 뜻을 이제야 깨달으며 그리움에 젖습니다. 그리고 밥상머리에서 두 분이 늘 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철이 없어서 내 밥을 다 먹고 쌀밥이 더 많이 들어간 아버지의 밥그릇을 훔쳐보면, 어머니는 늘 밥을 더 얹어주시며 많이 먹고 쑥쑥 크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여지없이 아버지의 질책이 따라 왔던 밥상머리 풍경.
"예부터 예쁜 자식 매 하나 더 주고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했소. 당신은 아이 밥통을 키워서 어쩌자는 거요? 먹고 싶다고 자꾸 퍼 주면 버릇이 되는 거 몰라요? 밥 한 숟갈 더 먹는 것도 못 참는 아이로 키우고 싶소? 먹을 만큼 먹었으면 참는 것도 가르쳐야 해요."
그런 아버지가 때론 서운했던 초등학생 시절이었지만 일년 내내 아침식사만큼은 반드시 같이 했고 저녁 식사도 아버지가 일터에서 돌아오셔야 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보다 먼저 밥을 먹으면 절대로 안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랫목 이불속에 뚜껑을 덮은 밥그릇 3개가 오종종 모여서 일 나가신 아버지를 기다리던 저녁식사 시간이 그림처럼 떠오릅니다.
가난했던 농경 시절에는 당연했던 함께 하는 가족식사 풍경이 세월에 밀려 따로따로 식사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하루 한 끼만이라도, 아니 일주일에 단 한번만이라도 가족이 함께 밥상머리에 앉아서 느긋하게 밥을 먹으며 마음까지 살찌게 하는 행복을 나눠 보는 의도적인 노력을 해 보고 싶습니다. 그러고보니 '밥'은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영혼의 식사'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