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화(萬能化)! 그거 꿈 빼앗는 일이에요

2010.11.01 13:57:00

만능화(萬能化)! 그거 꿈 빼앗는 일이에요.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참으로 대단하다.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며칠 전 사적 모임에서도 줄곧 교육 문제가 주요 화제가 되었다. 동석했던 한 학부모는 자기 아이가 수학, 영어는 제법 잘 하는데 음악, 미술 등 예능 과목에는 통 재주가 없는 것 같아 걱정이 많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학부모는 자기 자식은 음악에는 재주가 있어 악보만 있으면 척척 연주를 잘 하는데 영어, 수학은 도통 따라갈 기미조차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여기저기 학원을 알아보고 유명강사가 누구인지를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학부모들이 참 욕심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영역에서 자기 아이가 다 잘하기 바라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모든 영역에서 만능이 되기란 원래부터 과욕이기에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이 만능 슈퍼맨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면서 아이들을 다그치고 있는 것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을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내몰아 이것저것을 정신없이 배우게 한다. 그날 만난 학부모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어느 책에서 읽은 삽화 한 대목을 들려드리면서 아이에게 정말로 잘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하였다.

토끼와 오리, 다람쥐가 동물학교에 나란히 입학했다. 그들에게는 각기 특별한 장기(長技)가 하나씩 있었다. 토끼는 발이 빨라 계곡과 산등성이를 잘 달릴 수 있고, 오리는 물위에서는 늘 우아한 공주처럼 헤엄을 잘 칠 수 있었다. 그런가하면 다람쥐는 나무타기에 재주가 있어 아무리 높은 나무라도 끝까지 올라가는 솜씨가 있었다. 그런데 이들 세 친구는 공통점이 있다. 즉 한 가지씩 장기는 있지만 그 외는 별로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들 셋은 자신들이 갖지 못한 기술을 부러워하면서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기술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토끼는 달리기 연습을 줄이고, 수영과 나무타기에 도전하였다. 그 결과 수영과 나무타기 실력은 조금 나아졌지만 달리기 실력은 보통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오리는 수영 연습을 그만두고 온종일 달리기와 나무타기에만 열중했다. 오리 역시 달리기와 나무타기 실력은 조금은 나아졌지만 돌투성이 길을 달리고 거친 나무 등걸을 기어오르느라 물갈퀴가 다 찢어져서 마침내는 그 잘하던 수영마저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다람쥐도 마찬가지였다. 나무타기 연습 대신 수영이며 달리기 연습을 하느라 발톱이 다 닳아버려서 나중에는 더 이상 나무 등걸을 움켜잡을 수 없게 되어 마침내는 나무타기를 그만두어야만 했다.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의 특기와 소질을 살피지 아니하고 무엇이나 잘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을 배우게 하는 상황을 돌려서 말한 삽화이다. 토끼와 오리, 그리고 다람쥐가 이것저것 다 배우려다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특기마저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만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흥미도 소질도 없는 것을 이것저것 하다보면 결국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그들의 관심거리가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하여 그와 관련된 많은 자료를 가급적 많이 제공함으로써 학생 스스로 흥미와 소질을 발견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참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게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가정교육에는 그런 점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생각은 무시한 채 자기가 생각한 것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려고만 하는 것 같다.

부모가 쥐어준 대로 열심히 공부하여 의과대학에 진학하였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중도에서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부모의 강요된 꿈으로 살아온 아이들이 어느 순간 ‘이건 내 길이 아니에요’라며 뛰쳐나온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많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평생 어울리지도, 맞지도 않을 옷을 입게 하는 일은 제발 없었으면 한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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