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육이 정말 부러운 이유는?

2010.11.12 12:42:00

필자는 매월 2, 4주 쉬는 토요일을 이용하여 '원탁토론 아카데미 전문과정' 연수를 받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8시간 강행군이다. 그래도 교장으로서 얻는 소득이 많아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참석하고 있다.

지난 달 23일에는 '우리 교육 평가제도를 평가한다'라는 주제로 '제5회 원탁토론 학술 심포지엄'(장소 서울특별시교육연수원)을 가졌다. 총 5개 동시 분과 심포지엄이다. 1분과는 교원 양성, 임용 평가 방식, 2분과는 학생 내신평가, 대입제도, 3분과는 학교 및 시도교육청 평가, 4분과는 교원 양성기관 및 연수기관 평가였다.


1분과의 미국, 일본, 독일, 핀란드의 교원 양성, 임용 평가 방식을 주의 깊게 들었다. 그 중 선진국가 교육으로 부러움의 대상으로 회자되고 있는 핀란드 교육을 살펴보며 선진교육의 밑바탕을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핀란드는 학교에 대한 장학과 감사가 없는 나라다. 왜? 학교를 믿기 때문이다. 학교를 믿는다는 것은 교장과 선생님을 믿는다는 것이다. 정부와 국민이 신뢰하기 때문에 교장은 창의적으로 학교경영을 하고 교사들은 더 자율적이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장학과 감사를 폐지함으로써 크게 강화된 학교 구성원들의 자율과 자치 역량, 교육 실천 역량이 핀란드 교육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높은 성취를 보이게 된 중요한 원인이라고 발표자(안승문. 21세기교육연구원 준비위원장)는 진단하고 있다.

핀란드는 학교와 교육기관에 대한 평가도 교육법에 따라 자기 기관의 운영과 그 효과에 대해 스스로 평가를 하고 있다. 교육 성과에 대한 국가적인 평가는 기관들의 자기 평가를 바탕으로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핀란드 교원정책의 핵심은 신뢰이다. 교사들의 지성적 책무성과 전문성을 확고히 믿기 때문에 특별히 교사들을 따로 떼어 평가하는 시스템이 없다. 다만, 학교장과 교사가 1년에 최소 2번 정도 20-30분 정도 대화하면서 서로가 가진 장단점 또는 제안을 이아기하는 발달대화를 갖는다.

핀란드 교육정책이나 교원평가 등을 통해서 우리는 핀란드 교사들이 왜 그렇게 자긍심이 강하고 핀란드 학생들이 교사가 되는 것을 매우 선호하는지를 알 수 있다. 핀란드가 교사들을 신뢰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펼칠 때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은 교원평가나 학교평가 등을 도입하면서 교사들의 교육적 열정과 전문가로서의 자존감을 크게 훼손하는 정책들을 펼쳐 온 것은 반성할 점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학교평가, 교원평가는 그 출발이 불신에서 시작되었다고 보아도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 있는 교사를 퇴출시키려고 한 것인데 그 과정에서 대부분 잘 하고 있는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열심히 하고 있는 교사들을 찾아내 더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하는데 그 점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한 불신은 학교 현장을 황폐하게 한다. 근무평정의 예를 들어본다. 교장과 교감의 교사에 대한 평정을 믿지 못해 동료교원의 평가를 30% 반영하고 있다. 교원능력개발평가라는 미명으로 학생, 학부모, 동료가 교장, 교감, 교사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하고 있다.

필자는 근평과 교원평가, 성과급 평가의 중복으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신뢰가 전제가 된다면 실상은 근평하나로 다 해결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신으로 인해 하지 않아도 될 군더더기 평가를 만들어 잡무만 늘리고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풍토를 만들어 놓았다.

근평, 여기에는 그 동안 관리자의 악습과도 같은 관례가 한 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교단에 서서는 아니 될 부적격 교사마저도 걸러내지 못하고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했던 것이다. 근평 '양'을 주어 경고를 하고 교육청에서는 연수를 통한 자기 극복 기회를 주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속 3회 '양'을 받을 경우, 과감하게 퇴출시키는 자정능력을 교육계 자체가 지녔어야 했던 것이다.

지금도 학생과 학부모, 동료 교원으로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는 부적격 교원이 존재하고 있다. 진작 퇴출이 되었어야 하는데 공무원이라는 철밥통으로서 그 직을 유지하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는 물 건너간 지 오래다. 교육계 스스로 통제할 자정 능력이 없으면 외부의 통제를 받게 마련이다.

핀란드 교육이 정말 부러운 이유는 정부와 국민들이 학교 교육, 교직원에 대한 100% 신뢰다. 믿는 가운데 교사라는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이 밑바탕이 되어 교육 열정이 살아나고 나라 전체 교육이 바로 선 것이다. 교육이 잘 되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인 것이다. .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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