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금지 메뉴얼' 효과는?

2010.11.15 08:54:00

서울시교육청에서 마련한 체벌금지에 따른 대체 메뉴얼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한 마디로 교육현장의 정서와는 다소 떨어진 것으로 본다. 다양한 상황을 메뉴얼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학교에서의 상황이 그대로 재연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학생들이 따르지 않으면 메뉴얼 자체가 효과를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체벌금지에 대한 반대의 여론이 높아지고 실제로 학교현장에서 체벌금지조치 이후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재빠른 메뉴얼 보급이 필요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더라도 이런 메뉴얼은 학교현장에 큰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수업중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에게는 즉시 대응하지 말고 교무실에 불러서 지도하라고 했는데, 즉시대응을 하지 않았을때 그 시간의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해당학생을 진정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수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학생으로 인해 한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면 나머지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은 누가 보장할 것인가.

치맛단을 재활용교복을 활용하여 늘리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학생들이 치맛단을 늘리는 것에 동의할리도 만무하지만 어떻게 치맛단을 누가 늘려 줄 것인가도 현실적이지 않다. 자칫하면 학생들에게 인권침해라는 역공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수업중에 동영상을 촬영하여 보여주면서 해당학생을 지도한다는 부분도 실효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수업장면을 촬영한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 동영상을 보여줌으로써 개선된다면 그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지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으로 학생들 지도가 가능했다면 학교에서의 체벌은 진작에 사라졌을 것이다. 학생들이 생각했던 만큼 잘 따르지 않기 때문에 체벌이 있었던 것이고 여러가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던 것이다. 스스로 깨닫는 것이 가장 좋은 상황이지만 스스로 깨닫는 학생들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에 대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메뉴얼로 불가능한 부분들이 상당히 많은 것이 현실인 것이다.

최근 눈에 띠게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소한 것부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지각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지고 있다. 벌점제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정점수 이상의 벌점을 받으면 특별교육을 받지만 이 역시 학생들은 개의치 않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앞으로 이렇게 메뉴얼이 보급되면 즉각적인 학생지도는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다. 현실에 잘 맞지 않는 메뉴얼로 인해 교사들의 운신폭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향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메뉴얼에 따랐는지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질 것이고, 메뉴얼에 어긋난다면 결국은 해당교사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도리어 교사들에게 부담이 가중되어 어려움이 커질 것이다.

결국 어떤 메뉴얼이 나오더라도 체벌을 대체할 효율적인 방안이 되기 어렵다. 최소한의 학생지도권마저 사라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요즈음의 현실이다. 체벌을 찬성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일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체벌이었다. 이제는 그것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앞으로 대체안을 만들때는 좀더 효율적인 방안, 학생과 학부모가 동의하고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음주측정만 하면 뭐하겠는가. 그 다음의 조치는 어떻게 내려야 할지 고민되는 부분이다.

즉각적으로 학생들이 따를 수 있는 대체안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시간에 쫓기듯이 무분별하게 대체안을 내놓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효성있는 안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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