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장 경매자리인가, 위탁자리 인가

2010.12.20 12:08:00

학년말이 되면서 각 급 학교에서 인사의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제각기 자리 찾기에 분주한 움직임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유독 예전에 찾기 어려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학생체벌규정이 각 시에서 일어남에 따라 그나마 힘든 학생부장 자리에 대한 기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학년 초에 학생부장 회의에 가면 의례 기피 직위로 꼽히는 자리에 일을 하게 된 것에 먼저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교육감의 인사말이 새롭게 떠오르곤 한다. 학생부장 직위를 기피하는 것은 학생들의 사건 사고가 봇물 터지듯 일어나는 것도 있지만 학생들의 동영상 사건이 교사들을 더욱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사평가로 이어지면서 학생부장에 대한 기피현상은 더욱 더 가속화될 것으로 짐작된다. 방과후학습 인터넷 신청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때가 있다. 학생부장이기에, 학생부에 근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학생들에게 느껴지는 이미지는 다른 부서에 있는 교사와는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안이다. 그래서 인사철만 되면 자기의 코드에 학교가 맞지 않는다고 하여 5년 동안 근무해야 할 곳을 3년 만에 떠나는 철새 교사도 있고, 그래도 5년 동안 꾹 참고 견디어 나가는 교사도 있다. 참으로 천차만별이라는 것이 인간이 있는 곳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연말만 되면 맥그리거의 X,Y이론이 생각난다. X,Y이론 외 Z이론까지도 연상시킨다. 스스로 자신의 일을 찾아 행하는 자를 X이론에 해당하는 자라면, 주어진 일을 시켜서 행하는 자를 Y이론에 해당하는 자로 본다. 그러던 것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환경에 따라 인간은 달라진다고 본 Z이론이 추가되기도 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에 순간순간의 감정이 환경에 어떻게 감정이입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카멜론형 인간이 나타나기도 하는 계절이 연말이다.

학생부장 자리가 예전에는 호황을 누렸다. 일선 학교에서 교무, 연구, 학생이 행정의 중심이다. 학교에서 사건 사고가 일어나도 이 세 부서장이 반드시 참석한다. 그만큼 위상이 높았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던 것이 학생부장의 위상이 추락하게 된 것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힘들고 어려운 것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싫어한다는 것이다. 편하고 안락하고 그러면서 나에게 좋은 이미지만을 주는 그런 자리에서 지내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추세다.

교직이 성직이다. 봉사직이다라고 하지만 봉사를 하면서 얻는 보람이 좋은 곳에서만 봉사를 하려고 하는 것도 현대판 학교의 추세다. 어떠한 어려움도 뚫고 나가려는 그런 자애스런 마음이 어느 한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다면 어떤 자리인들 거절할 수 있겠는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그 자리에 가면 그런 사람으로 변하고 그런 사람으로 시선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학생부장의 위치에 있으면서 인성을 바르게 지도하고, 생활의 기본방향을 안내해 주는 그런 학생부가 되도록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현실은 그것을 할 환경이 만들어져 있는가? 학생부가 마치 일반 사회의 경찰서와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교사에게 퍼붓는 비속어와 학생들 사이에 일어나는 폭력으로 학부모들의 언성 잦음은 일선 학교의 학생부는 경찰서 못지 않다고 하면 지나친 억설일까?

학생부장 자리를 기피하는 원인은 이뿐만 아니다. 아침마다 정문지도를 하는 그런 어려운 일을 하면서도 그 누가 좋은 평가를 해 주고 있는가? 아니다. 그러기에 학생부장은 경매시장의 일회용 가격 낙찰가에 지나지 않게 돼 버렸다. 학생부에 대한 위상을 바람직하게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학생부 나름의 원래 모습을 찾아 나서야 한다. 생활지도는 학년부로 돌려주고 학생부는 순수한 행정업무 중심으로 탈바꿈시켜 근무하기 편하고 누구나 한번쯤 가고픈 부서가 되어야만 일선 학교의 학생부는 다시 살아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학생부장의 자리는 위탁 자리로 전락할 것이다.
조기철 인천 초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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