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 다녀 오셨나요?

2011.01.03 16:36:00

연말연시가 되면 사람들이 평소보다 더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안고 만남이 많아져서인가? 새해가 되면 해맞이를 하기 위해 산과 바다로 인파가 몰리고 있다. 새해 첫날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가장먼저 맞이하며 새해소망을 빌기 위해서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도 몇 년 전만 해도 12월 마지막 날에 출발하여 새해 첫날 해맞이 인파에 묻혀 수평선에서 붉게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기위해 까치발을 하며 환호와 함께 벅찬 새해를 맞이했었다. 차량이 너무 많이 몰려서 고생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해를 시작하였지만 해맞이를 색다르게 하였다고 크게 다른 해로 기억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집에서 조용히 새해를 맞이하였다. 차분한 마음으로 2011년을 맞이하니 몸과 마음이 편해서 좋은 것 같다.

해맞이가 크게 유행되기 전에 새 차를 마련하고 아이들도 어렸을 때 강릉 경포대로 의미 있는 새해 일출여행을 떠났었다. 해맞이를 하려고 대관령을 넘어가는 차량들이 몰려들어 밤새 운전을 하여 겨우 경포대에 도착하였다. 주차할 곳도 없어서 경포호수 가장자리에 겨우 주차를 하고 모래사장을 달려가서 바닷가에 도착했을 무렵에 붉은 태양이 수평선을 뚫고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 우리 가족 모두는 함성과 함께 환한 웃음으로 새해를 맞이했던 감격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일출명소를 가족과 함께 찾아가서 새해 소망을 빌고 감격어린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뜻 깊은 추억이며 멋있는 여행이 될 수 있다. 가족 간에 화합도 되고 한해의 출발을 잘하는 의미로 해맞이는 축제행사로 굳어져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해맞이 관광객을 많이 모아 지역경기활성화의 계기로 삼고 있는 고장도 늘어나고 있다. 관광회사에서도 해맞이 관광객을 모집하여 일출명소로 몰려간다. 한꺼번에 많은 차량들이 몰리다보니 고속도로가 막혀 해돋이 시각에 맞춰 도착하지 못하고 버스 안에서 해맞이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10여 년 전에 서해의 해맞이 명소라고 하는 왜목 마을을 찾아가다가 차량의 정체로 차속에서 안타까워할 즈음 백미러 속에 보이는 붉은 태양을 보며 해맞이를 했던 경험도 있다. 또 한 번은 호미 곶을 찾아 숙소를 못 구해서 식당구석에서 새우잠을 자다가 새벽에 해맞이를 하고 대형 솥에서 끓인 떡국을 얻어먹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뒤에 서서 추위를 이기던 일도 추억으로 남아 있다. 차량이 너무 많이 몰려서 고속도로까지 빠져나오는데 다섯 시간이나 걸려 새해 첫날부터 갖은 고생으로 파김치가 되어 돌아왔던 해도 있었다.

자연의 섭리에 따르면 새해가 시작되는 자정에는 깊은 잠을 자고 있을 시각이다. 거리에서 산에서 바다에서 환호와 함께 떠들썩하게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일상을 벗어난 새해맞이요 자연의 섭리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현상은 문명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다. 농촌의 길을 밝히기 위해 밤새 켜놓은 가로등 근처의 농작물들은 밤을 낮으로 인식하여 잠을 자지 못하고 생체리듬이 흐트러져 웃자라거나 결실을 맺지 못한다고 한다.

연말에 대도시를 가보면 평일인데도 차량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고 전철에도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어딘가를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삶은 더 바빠지고 활동이 더 많아지는 것은 왜? 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직접 만나지 않고도 전화로 얼마든지 소식을 전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영상으로 얼굴을 보면서 통화를 하는 시대에 살면서 원근을 불문하고 차를 몰고 사람을 만나러 가고 있다. 간단한 인사는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얼마든지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편리한 시대에 살면서 시간과 비용을 써가며 오고가는 횟수가 많은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민족은 새로운 것을 찾아가거나 색다른 곳을 직접보고 체험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는 우리교민들이 전 세계 여러 나라에 이민을 가서 어려운 역경을 극복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도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새로운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하는 정신이 강한 민족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바로 국력이요 미래를 밝게 해주는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늘어나는 해맞이 행렬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싶다. 하나의 가치가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하여 우리의 문화가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면 국력은 더욱 강해지고 밝은 미래가 약속될 것이다.

해맞이 행렬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고속도로가 많이 생겨나면서 교통이 편리해졌고 자가용을 이용하여 가족단위나 모임의 회원들이 여행을 겸해서 해맞이를 떠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지나치게 쏠림현상이 나타나서 길에서 시간을 대부분 허비 하거나 숙소가 없어 추위에 떨며 밤을 새우게 되니 운전하는 사람은 피로하여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 그 후유증도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일출만 보려면 굿이 새해 첫날이 아닌 연초에 날을 잡아 해맞이 명소를 찾아 일출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교통, 숙박, 음식 등이 여유롭고 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해맞이는 집 가까운 곳에서 가족과 함께 소박하게 소망을 기원하고 별도로 일출여행을 가는 지혜가 필요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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