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정서법에 대한 우리의 자세

2011.01.05 09:31:00

새해 첫날 신문부터 엉터리 국어 표현을 보았다. 2011년 1월 1일 중앙일보 신문에 ‘마굿간’이라는 표기가 보인다. 그것도 표제어로 활자도 제법 크게 나왔다. 이는 ‘마구간’이 바른 표기다. 이는 한자어이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표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주 간단하고 쉬운 표기다.



신문뿐만 아니다.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이 프로는 가수의 꿈을 가진 사람들이 심사위원 앞에서 직접 노래를 하고 즉석에서 합격과 불합격의 판정을 내린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가수지망생의 노래 실력과 함께 심사위원의 심사평도 화제가 되고 있다. 2011년 1월 1일 12시 30분 스페셜 방송분에서도 심사위원으로 나온 가수 신승훈은 출연자에 대해 미래 가능성까지 보고 선발한다며 멘토를 자원했다. 그러면서 계속 ‘가르키고 싶을 만큼 욕심나는 ~’ 표현을 하고 자막에도 이렇게 썼다. 참 어이없는 말이고, 황당한 자막이다. 이정도면 실수라기보다는 방송 사고에 가깝다.



이 부분은 ‘지식이나 기능, 이치 따위를 깨닫거나 익히게 하다’는 뜻의 ‘가르치다’를 써야 할 자리다. ‘가르키다’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 참고로 우리말에 ‘가리키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손가락 따위로 어떤 방향이나 대상을 집어서 보이거나 말하거나 알리다.’라는 뜻이다.

신문과 방송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국어정서법에 대한 인식은 위험한 구석이 있다. 학교는 연말에 방학을 앞두고 학생생활기록부 작성을 한다. 학급담임 및 교과담임은 학생의 학교생활에 대해 문장 기술로 기록을 남긴다. 학생의 미래와 관련된 것이어서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런데 이 일을 하다보면 정서법이 틀리는 경우도 있고, 문장 수식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지적을 하면 보통 선생님은 지적에 대해 고마워하고 고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일부 선생님은 자신이 국어선생이 아니기 때문에 흉이 되지 않는 문제라고 한다.

국어정서법의 올바른 사용은 문제는 국어선생님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어문 규정은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표준 발음법 포함), 외래어 표기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으로 구성되어있다. 어문 규정은 교육인적자원부가 관리하지 않는다. 문화관광부 소속의 ‘국립국어원’에서 이 업무를 맡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이 규정은 교육과 관련되어 있어 잘못 관할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문화관광부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것은 어문 규정이 교육을 시키는 차원을 떠나서 전 국민이 반드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법에 맞지 않은 언어 표현이 난무하는 것은 매사를 자의적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부정확한 표현, 다듬어지지 않은 말을 아무 죄책감 없이 사용한다. 어법에 맞는 언어 표현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적 의무 사항이다.

바른 언어생활은 한 순간에 실현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꾸준한 국어 학습이 있어야 한다. 특히 독서 습관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국어 학습은 국어사전을 활용하면 효과가 크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턴가 사전을 펴보는 습관이 없어졌다. 말의 정확한 용법을 알기 위해서 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도 국어 시간에 사전을 이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 없다.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 시험 준비에 몰두하다보니 소홀이 되고 지나친다. 국어 시간에 사전을 활용한 어휘 학습은 시험 준비보다 더 중요한 기본 습관의 범주다. 모든 것에는 기본이 있듯이 올바른 국어사용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지금 사전을 활용한 수업을 안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일상생활은 물론 바른 국어 교육을 위해서라도 커다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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