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통하는 사회여야 한다

2011.03.06 14:48:00

현대인의 필수품인 자동차는 약속된 신호가 언어를 대신한다.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신호를 잘못 보내거나 빨리 발견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운행 중 가장 신경 쓰이는 것도 주변의 차들이 어떤 신호를 보내오느냐다.

운전만큼 집중이 필요한 일도 드물다. 그런데 운전을 하면서 딴 생각을 하거나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아 가슴을 쓸어내릴 때가 있다. 휴일이면 전국의 여행지를 떠도는 내가 요즘 집과 가까운 곳에서 방향지시등 때문에 연달아 불편한 일을 겪었다.

며칠째 한파가 맹위를 떨치던 출근길이었다. 아파트에서 나와 6차선의 대로에 막 들어섰는데 여직원이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럴 때 차를 세우고 태워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켠 채 타라고 손짓했고, 여직원이 운동 삼아 걸어가겠다는 사인을 보내와 바로 출발하려는 순간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을 직감할 만큼 '쿵' 소리를 내며 차가 흔들렸다.

뒤차에게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내며 교통이 혼잡하지 않은 곳으로 차를 이동했다. 차에서 내려 부딪친 자국이 선명한 뒤 범퍼를 살펴보니 속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보기에 흉하지는 않아 걱정을 덜었다. 그런데 뒤차의 운전자는 만나자마자 '비상등을 켜지 않고 갑자기 서면 어떡하느냐?'고 항의를 했다.

그의 말대로 비상등을 켰더라면 사고를 예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른쪽 방향지시등이 오른쪽에 정차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하고 차가 횡단보도 위에 서있던 시간으로 봐 앞의 상황을 제대로 보지 않고 급하게 운전했던 게 분명했다. 사고가 났다는 그 자체가 뒤차의 잘못인데 먼저 큰소리치며 상대방의 잘못만 따지려는 자세가 괘씸했다.

출근길인데 서로 마음상하면 뭐가 좋겠는가. 할 말만 몇 마디하고 사건을 해결했다. "와서 받은 뒤차가 잘못입니까? 서있다 받힌 앞차가 잘못입니까?" 아무 말이 없다. 사실 내가 이런 사고를 냈을 때는 상대방이 돈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몸과 마음이 같이 놀며 정의롭게 사는 걸 원한다."나 이런 일로 돈 받을 사람 아닙니다. 그냥 가세요. 물론 법대로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고요." 자기 차의 범퍼 때문인지 차에 오르는 그의 표정이 밝지 않다.

비가 구질구질 내리는 날이었다. 아내와 생활용품을 사려고 농협 물류센터에 들렸다. 뒤편의 주차장에서 주차할 곳을 찾다가 비가림막이 있는 가운데쯤에서 물건을 싣고 있는 차를 발견했다.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켠 채 뒤편에 차를 세우고 자리가 비기를 기다렸다.

금방 출발할 줄 알았던 게 오산이었다. 운전자는 차에 오르고서도 한참동안 차를 빼지 않았다. 그때 차량 한 대가 내 차와 나란히 서며 길을 막았다. 어처구니가 없는 돌발 상황이었다. 내가 주차할 자리임을 급하게 알리고 뒤따라오던 차가 경적을 울려도 반응이 없던 운전자가 그 자리에 주차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도의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오죽 화가 났으면 아내는 주차 중인 운전자에게 쫓아가 항의를 하고, 차를 빼라며 운전자 옆에 서서 시위를 했다. 쭈빗거리며 한참 시간을 끌던 운전자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출발했다. 자리를 차지하고 주차를 했지만 왠지 씁쓸했다.

모든 일을 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 세상살이 법대로만 살기도 어렵다. 잇속을 따지기 이전에 상식이 통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모두 행복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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