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어떻게 가르칠까

2011.03.14 17:29:00

모든 인간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어둠 속에서도 깨어 있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빛 속에서도 자는 사람이다. -칼릴 지브란

대재앙 앞의 나약한 인간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일본을 강타한 '동일본 대지진'의 참혹함은 같은 지구촌에 사는 나에게도 망연자실하게 다가왔습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대재앙 앞에서 한없이 무력하고 허망한 현실을 보며 한숨만 나왔습니다. 내가 사는 나라가 아니라서 다행이니 그저 지나쳐 가는 사건으로 보기에는 인간적으로 마음 아프고 슬픈 모습들이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집을 잃고 이웃을 송두리째 잃은 슬픈 이웃의 모습은 결코 남의 나라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숨쉬며 사는 공동 운명체임을 느끼며 아프지 않다면 인간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달려 가서 도와줄 수는 없지만, 내 힘이 미약하여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지만 그래도 교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동일본 대지진'
그래서 14일, 바른생활 시간에 '동일본 대지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2학년 1반, 일본 대지진 소식은 다 알고 있지요? 여러분은 그 사건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나요?"
"예, 선생님. 일본 사람들이 불쌍했어요."
"저는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괴롭혀서 그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해요."
"선생님,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지진이 날까 무서웠어요."

그런데 두 번째 아이처럼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쳐들어와서 우리를 괴롭혀서 그렇게 벌을 받는 거라고 말한 아이의 생각은 아마도 집안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온 것 같았습니다. 그러한 의식은 분명히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게 피해를 준 사람은 나처럼 똑같은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생각은 '눈에는 눈'과 같은 가장 1차원적인 생각입니다. 그런 생각 속에는 이해와 용서, 사랑과 배려와 같은 차원 높은 인간 관계를 키우기 힘듭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생각을 바꾸게 하는 것이 곧 교육의 힘입니다.

일본이 우리를 침략한 사건과 지진이 일어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엄청난 아픔을 당한 일본 사람들을 위로하지는 못할 망정 벌을 받고 있는 거라고 어린 자녀나 제자들에게 함부로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불행한 일이 생기면 죄를 받아서 그런다는 말을 하는 어른들이 많음을 봅니다.

이러한 사상은 착하게 살기를 바라면서 인과응보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문화적, 종교적인 가르침에 기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을 하는 교실에서는 한 차원 높은 인류애를 가르침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저지른 잘못은 잊지 않되, 가슴마저 차가운 아이들로 키울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교육이 필요한 시사 계기 교육
아직 2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가르치기는 참 힘들었습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누구나 죽는다는 것은 다 알고 있지요? 마찬가지로 일본의 대지진은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일이랍니다. 그것은 일본 사람이 우리나라에게 죄를 지어서 생긴 일도 아니랍니다. 여러분도 잘못을 할 때가 있지요? 친구를 괴롭히거나 부모님을 속상하게 하는 일이 있지요? 그렇다고 해서 잘못할 때마다 죄를 받아서 아프거나 다치면 좋겠습니까?"
"아니오~ 저도 잘못을 많이 하는데 모르고 하기도 하고 좋은 생각이 없어서 그러기도 해요. "
"그래요.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합니다. 일부러 하거나 자주 하면 아주 나쁘지요. 어쩌다 모르고 하거나 작은 실수를 한 것은 용서를 해야겠지요? 그렇다고 잘못한 사람이 만날 용서를 해달라고 하면 안 되겠지요? 될 수 있으면 잘못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겠지요?"

일본 정신 '남에게 피해 주지 않기'
그래서 나는 일본이 다른 나라를 침략한 과거의 잘못을 고치기 위해서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교육을 철저히 시킨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런 교육의 결과, 이번 같은 대참사 앞에서도 그처럼 질서정연하게 질서를 지키며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초인적인 시민정신을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선진국민의 모습을 보여주어서 감동을 받았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질서정연한 국민의 모습,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다시 살아야 하는 비장함으로 눈물조차 안으로 삭이며 삶의 의지를 보여주는 일상의 모습을 회복해 가는 일본 국민의 높은 시민의식을 보며, 교육의 힘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 상처 받지 않게 해야
그러면서 우리 학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중에서 일본인 어머니를 둔 아이들의 생활 태도를 칭찬해 주었습니다. 그 아이들의 특징이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 주지 않기, 싸우지 않기, 욕하지 않기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 외가를 둔 아이들의 다문화가정에서는 일본 대지진의 소식이 커다란 아픔임을 생각한다면 같은 반 친구로서 그 아이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일은 곧 시사 계기 교육을 넘어서는 인간적인 교육, 곧 인류애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선진국은 '지성인'의 나라
더 나아가 일본이 우리나라에 상처를 준 역사적 사건을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과하며 독도 문제와 같은 부당한 행위도 거두어들여서 우리나라와 마음으로 통하는 진정한 이웃 나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진정한 선진국은 지식인보다는 지성인이 많은 나라입니다.

세계에서 최상위의 경제대국인 일본, 대지진의 참사를 겪는 국가적인 위기 속에서도 감동적인 시민정신을 보여준 일본 국민을 온 세계가 함께 아파하고 재난구조에 동참하는 일에 우리 아이들도 마음으로 응원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습니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위로하고 배려하는 가슴이 따스한 아이들로 자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참혹한 어둠 속에서도 깨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칼릴 지브란의 금언을 보냅니다. 상처 받은 일본 국민들에게 마음 속 깊은 위로를 보내고 싶습니다.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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