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에 사다 줄 물건 없어요

2011.03.23 09:16:00

학년초가 되면 각 교실에는 알게 모르게 학부모님들이 사다준 물건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렇게 물건을 사오는 이유는 다름 아닌 선생님께 봉투를 가지고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걱정을 하던 학부모들이 맨 손으로 올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음료수를 사 가지고 가는 것도 낯간지럽다고 생각을 하여서 ‘차라리 학급에서 필요로 할만한 물건을 사 가지고 가자’며 사온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물건을 받는 것도 담임으로서는 별로 달가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못 가져온 아이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차별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지 않았다지만, 어린이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가 있는 일이다. 모든 일은 동전의 양면처럼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게끔 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럼 물건이 제법 돈을 들인 값진 물건일 경우 아이들이 상당히 민감하게 생각을 하고 담임의 행동을 색안경을 쓰고 보기 시작해서 담임이 은근히 조심스럽고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학급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거의 지원하고 있어서 특별히 학급에 무엇을 지원해주어야 하는 그런 시대는 아니다. 학교경비에서 자녀들이 쓸 학습준비물까지도 모두 준비하도록 지원을 하고 있는데 하물며 학급에서 쓸 물품을 학부형이 사다 주어야할 만큼 어려운 학급경영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자녀의 교실에 무엇을 사다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필요는 별로 없다.

어머니들이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학급 환경심사라는 것이 있어서 서로 경쟁을 하다보니, 학급마다 학부모님들이 서로 자기 자녀의 학급에 도움을 주어서 좀 더 좋은 성적을 거두게 하기 위해서 화분이며, 거울, 주전자, 청소도구 등을 사들고 왔던 그런 시절을 생각하면서 학급에 무언가를 사다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모양이지만 지금은 그런 형편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고 계신 탓일 것이다.

그래서 공연히 교실에 무엇을 사다 주겠다고 할 필요는 별로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밝혀 두고 싶다. 물론 각 학교마다 요즘 특별한 사업들을 추진하여서 특색 있는 학교를 만들려는 노력들을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특별한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지원을 한다면 오히려 더 멋진 지원이 될 것인데, 요즘은 학교에 기부행위에 대해 그렇게 반갑게 생각하지도 않고, 잘못하면 학교에 부담을 주는 일이 되기도 하니 함부로 선물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김선태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노년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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