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총회 야간개최, 정답은 아니다

2011.03.31 09:12:00

학부모총회를 평일 야간에 개최하여 학부모가 많이 참석하도록 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있다. 평일에 맞벌이 부부는 시간을 내기 어려워 학부모총회 참석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야간에 총회를 개최하면 회의 참석이 자유로울 수 있다. 학부모 회장과 부회장 등을 선출하는 것도 학부모총회 때 이루어진다. 매년 초에 개최되는 학부모총회는 여러가지 면에서 아주 중요한 행사다.

그러나 야간에 개최하면 학부모들이 많이 참여하여 성황리에 회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난해에 우리학교는 총회를 평일 오후에 개최했다. 35% 정도의 학부모가 참가했다. 그 이후에 학부모가 학교에 올 수 있도록 한번 더 학부모의 학교방문을 요청했다. 정식으로 이루어진 학부모총회는 아니었지만 학생들의 진로에 관한 강사를 초빙하여 강의를 함께 실시하면서 담임교사와의 대화도 마련해 놓았다. 입학사정관제, 특목고, 고교입시의 다양화에 대한 주제로 강의를 했었던 것 같다. 외부에서 꽤나 유명한 강사를 초빙했었다.

결과는 평일 오후에 개최했던 학부모총회 참석인원의 절반 정도 참여였다. 야간에 실시했기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아직도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고 있다. 그 당시의 강사는 입학사정관제 등 상급학교 진학에 일가견이 있는 강사였다. 저서도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면 학부모들도 잘 알 수 있는 그런 강사였다. 

야간실시가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또 지난 해에 이런 경우도 있었다. 학생지도와 진학지도에 관한 학부모연수를 실시했다. 시간은 토요일 오후로 했다. 각 가정에 가장통신문을 보냈고, SMS를 통해 학부모에게 알렸다. 참석인원은 50명이 채 안 되었다.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예산을 투입하여 외부강사를 초빙했는데, 강사들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참석이 저조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학부모들의 관심사는 연수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담임교사와의 대화를 가장 중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학교에서 학부모들을 위해 시간까지 조절하면서 연수를 하는데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지난해 2학기에는 토요일을 잡아서 수업공개를 한 적이 있다. 그때도 학부모 참여는 생각보다 저조했다. 야간이나 토요일 오후에 학부모총회를 개최하는 것이 해법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야간에 개최할 경우의 문제점도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부모총회 때 수업공개를 함께 한다. 만일 야간에 개최를 하게되면 수업공개 문제가 쉽지 않다. 야간에 수업을 하면서 수업을 공개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교사들이야 상관이 없겠지만 학생들의 스케줄을 맞춰야 하는 학부모들의 반발이 크게 나타날 것이다. 또한 저녁 7시경에 시작하게 되면 적어도 밤 10시는 되어야 학부모총회와 담암교사 상담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야간에 개최하든 평일 오후에 개최하든 문제의 본질은 학부모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일부 학부모들은 휴가를 낼 상황이 아니어서 참가 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학부모들이 대부분은 아닐 것이다. 야간개최가 학부모들의 학교방문을 쉽게 한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이 언론에 보도 되고 공문이 내려온다고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 저녁 7시에 개최해도 참석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이 있을 것이다. 모든 학부모들이 저녁 6에 퇴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부모총회 참여가 학부모의 의지에 따라 다르다는 예는 또 있다. 매년 학부모총회 때 학부모의 참석을 보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저조해진다. 그렇다면 1학년 학부모들은 휴가나 월차를 써서 참석했을 것이다. 나머지 학년의 학부모는 휴가나 월차를 쓸 수 없고, 1학년 학부모들만 쓸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입학식 때 학부모는 거의 참석을 한다. 그런데 학부모총회 때는 참석을 못하는 것이다.

시간을 언제로 할 것인가는 학교에서 정하면 된다. 그러나 야간에 개최를 해도 한꺼번에 많은 학부모들이 몰릴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볼때 그렇다. 따라서 학부모가 학교에 방문할 수 있도록 다양함을 추구해야 한다. 학부모의 의지와 학부모가 학교에 잘 참석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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