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만능주의, 그것이 알고 싶다

2011.04.04 09:54:00

명문대를 보내기 위해 스팩(Specification)을 쌓는 과정에서 학교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한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스펙을 쌓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등 각 학교에서 1등급을 확실한 1등급으로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더라도 같은 그룹이 같은 결과물을 제출해도 기여도를 따져서 결과가 달라진다면 어떤 학생이 열심히 활동에 참여하려 하겠는가.

일선학교에서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모든 학교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가리지 않고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도가 되었지만 교사입장에서 본다면 동의하기 어렵다. 많은 학교가 그런 것이 아니고 일부학교에 한정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동안 성적조작 등으로 적발된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대다수의 학교와는 관계없는 일일 것이다.

학교에서 어떻게든지 학생들의 스펙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입시구조에 있다고 본다. 스펙을 잘 쌓으면 입학사정관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이른바 명문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니 내신 1등급인 학생의 스펙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교에서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것이 문제라기 보다는 입시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찾아내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혹시나 학교성적이 안 좋아도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동떨어진 결과만이 존재할 뿐이다. 스펙이 좋아도 결국은 성적때문에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면접 과정에서 다른 것은 좋은데 성적이 문제다라는 이야기를 입학사정관에게 들었다는 제자들도 있다.

학교에서 성적조작이나 생활기록부의 기재사항을 조작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정확하게 관찰하여 기록하는 것이 생활기록부이다. 일부 학생들을 온정적으로 생각하여 기록을 사실과 다르게 수정한다는 것 자체가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다. 앞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이런 문제는 뿌리를 뽑아야 한다. 성적조작은 한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교육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학입시제도를 획기적으로 고쳐야 한다. 특히 입학사정관제는 성적과 무관하게 정말로 해당학생이 잠재력과 발전가능성이 있다면 선발을 해야 한다. 공부 잘하는 학생을 명문대에 합격시키기 위한 스펙몰아주기를 없앨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성적이 좋지 않아도 해당분야에 우수한 재능을 가졌거나 발전가능성이 높다면 당연히 선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재의 입학사정관제는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내기 위해 겉만 포장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말로 창의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에 대한 인센티브를 높여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대학입시제도에만 책임을 물어서도 안 된다. 학교의 교사들은 학교생활기록부가 신뢰받을 수 있도록 신중한 작성이 필요하다. 학생들을 좀더 면밀히 관찰하고 수시로 상담을 함으로써 해당학생의 잠재력과 창의력을 꼼꼼히 찾아내야 한다. 많은 학생들에게 천편일률적인 내용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에서 생활기록부를 신뢰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은 대학과 일선학교에서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서로의 신뢰회복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여기에 학부모들의 생각에도 변화가 와야 한다. 무조건 명문대를 고집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처방도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과 학교, 학부모가 계속해서 문제를 키워 나간다면 피해를 보는 쪽은 학생일 수밖에 없다. 학생을 보호하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불신을 키우는 교육으로는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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