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는 습관 길들이기 나름이다

2011.04.20 09:50:00

언제부턴가 아침에 출근하여 교실 문을 열자마자 입버릇처럼 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있다.

“얘들아, 바닥에 휴지 줍자.”

3월 초. 아침 조회를 하면서 늘 신경에 거슬리는 것은 교실 바닥 여기저기 뒹구는 휴지와 쓰레기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런 환경에 개의치 않고 공부에만 전념하였다. 게다가 이런 환경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탓하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마도 그건, 지금까지 이런 환경에 모든 아이가 잘 길든 탓이 아닌가 싶었다.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소리를 죽여 가며 떨어진 휴지를 하나 둘씩 주웠다. 그러나 워낙 쓰레기가 많아 나 혼자 이 일을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하던 일을 잠깐 멈추게 한 뒤, 우선 자신이 앉아 있는 주변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게 하였다. 아이들은 쓰레기를 주우며 불평을 토로하고 싶었지만, 못내 참는 눈치였다.

그 이후로 교실은 쓰레기로 몸살 앓은 일이 거의 없어졌으며 처음에 짜증을 냈던 아이들 또한 쓰레기 줍는 일에 익숙해져 갔다. 아마도 그건 내 잔소리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 번은 아이들이 버리는 쓰레기와 휴지의 종류가 어떤 것인지 조사해 보았다. 아이들이 버리는 휴지의 종류는 다양했다.

쓰레기로 버려지는 휴지 중 제일 많은 것은 공책에서 찢어 낸 종이였다. 종이 대부분이 빈 여백이 많을 정도로 재사용 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학교에서 가정으로 보내는 통신문과 보관해야 할 각종 영수증이 쓰레기로 분류되어 버려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은 무엇을 버려야하고 보관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는 듯했다. 아이들의 잘못된 사고로 반드시 챙겨야 할 종이가 휴지로 되어 쓰레기통으로 버려지고 있었다. 우선 쓰레기통으로부터 버려진 영수증과 가정통신문을 분류하여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난 뒤, 이와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당부하였다.

요즘 따스한 봄 햇살에 삼삼오오 짝을 지어 벤치에 앉아 매점에서 산 과자를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이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과자를 먹고 난 뒤의 아이들 행동이었다. 아이들은 먹고 난 빈 과자 봉지를 그대로 의자 위에 그냥 놓고 가거나 심지어 어떤 아이는 나무 사이에 끼워 넣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한번은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아이들의 휴지 줍는 습관을 알아보려고 일부러 복도와 계단에 휴지를 던져놓고 아이들의 반응을 엿본 적이 있었다. 약 30여 분가량을 지켜보았으나 안타깝게도 떨어진 휴지를 줍는 아이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선생님이 휴지를 줍는데 더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가끔 선생님의 지시에 수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자신들이 왜 휴지를 주워야 하는지에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유치원 때부터 배워 온 아이들의 기본적인 생활습관이 성장함에 따라 퇴색해져 가는 현실에 우리의 교육이 무언가에 의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지나친 입시경쟁이 아이들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는 시간마저 빼앗아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학교가 일과에 청소시간이 배정되어 있으리라 본다. 특히 평일(월~금)에는 청소 시간이 짧아 학급의 모든 아이가 협력해서 청소하지 않으면 자칫 청소시간이 수업시간까지 이어질 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 각 반의 담임선생님은 최소의 시간에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나름대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짜내곤 한다.

한 선생님의 경우, 학기 초 일주일 내내 학급의 모든 아이에게 아무 일도 시키지 않고 오직 청소하는 방법(쓸기, 닦기, 나르기 등)만 가르치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 대부분이 청소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청소시간을 그냥 허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청소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순번제로 돌릴 만큼 아이들은 청소를 잘한다고 하였다. 이렇듯 청소를 못 한다고 나무라기 전에 제대로 청소하는 방법을 가르치면 아이들은 청소하는 것을 재미있어 하며 책임을 다한다고 그 선생님은 힘주어 말했다.

우리 학급 36명(남학생 12명, 여학생 24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공부방을 직접 청소하는지를 물었다. 내 질문에 단지 12명의 아이만이 청소를 한다고 답하였다. 청소하지 않는 이유로 시간 부족을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학교에서 밤늦게 귀가하면 피곤하여 씻고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아이의 방 청소는 어머니의 몫이었다. 방청소 횟수는 일주일에 한 번(6명)이 제일 많았으며 한 달에 한 번(4명), 한 달에 두 번(2명) 순으로 나타났다. 주말을 이용해 실시하는 가족 대청소에 참여한다는 아이들이 여럿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리고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청소에 더 많이 참여하였다.

사실 학교생활에서 아이들의 협동성과 성실성을 파악하는 데 있어 청소시간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본다. 청소를 통해 아이들 각자의 생활습관을 읽을 수 있으며 사제간 훈훈한 정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공동체 생활에서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신이 생활하는 장소만큼은 스스로 청소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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