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임용시험에 역시(歷試) 3급, 안 어울린다

2011.04.27 09:29:00

이주호 교과부 장관과 이태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이배용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은 22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공동 발표했다. 이 발표에 의하면, 내년에 고교생이 되는 현재 중3 학생은 고교에서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공부해야 한다. 인문고·특목고·전문계고 모두 고교 3년간 주 5회 수업을 기준으로 최소 한 학기(85시간)는 한국사를 공부한다.

아울러 각종 공무원시험의 한국사 필수적용도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내년 5급 공무원 공채와 국회 5급 입법고등고시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하 역시:歷試) 2급 이상자에게만 응시자격을 부여해 한국사가 필수가 된다. 교원 임용시험에도 한국사 시험이 도입될 전망이다. 2013년부터는 국·공립 교사가 되려면 역시 3급 이상의 실력을 갖춰야 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국사는 과거에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필수 과목으로(교양필수) 지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국책 과목이었던 국민윤리와 교련 교과가 폐지되면서 운명을 같이 했다. 최근에는 다시 일본과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의 역사 왜곡에 맞서 정부 차원에서 역사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22일 정부 발표는 이러한 필요성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2009 개정교육과정은 원칙적으로 전과목을 선택 과목으로 할 수 있게 했는데, 유일하게 한국사만 필수 과목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국사 필수 과목 지정은 타 과목을 소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사 과목의 필수 과목 지정은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국민의 역사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바람직한 정책이라는 입장도 있다. 국가가 한 단계 도약하여 앞으로 나아가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 민족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역사 교육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필자도 이번 정부의 방침은 환영한다. 교육과정에서 역사 교육에 대한 점검은 국제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문제는 일부 방안에 즉흥적인 정책이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이날 교과부가 발표한 방안에 교원 임용 때 역시 3급 시험은 전시 행정이라는 느낌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역시 3급은 고등학교 과정을 성실히 수행하면 무난하게 통과하는 수준이다. 교원 임용시험 준비생들에게는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는 시험이 될 확률이 높다.



교원 임용시험에 고교 수준의 역사 지식을 평가하는 일은 필요 없는 고통을 주는 것이고, 국가적으로도 낭비다. 이러한 시험 제도는 자칫하면 역사를 단순한 지식의 암기 과정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 그리고 교원 임용 준비생이면 누구나 통과할 수 있는 시험 제도는 역사 교과를 폄하하거나 임용 응시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게 된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우리 역사를 공부하자는 계기로 시작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험 시행도 우리 국민 각자의 수준과 목적에 맞게 실시되어야 한다. 따라서 고급 공무원 등의 시험에서 역시 2급 수준의 시험은 적정하다고 판단된다.

오늘날 교육은 오대양 육대주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시대의 인재를 길러야 하는 사명감을 띠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교사가 있다. 그렇다면 교사는 한국사에 대한 단순한 이해를 넘어서 복잡하게 전개되는 국제 정세를 이해하는 역사관과 통찰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역시 3급은 역사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는 있지만, 내실 있는 역사의식 함양과는 거리가 멀다. 필자는 역시 3급 대신에 새로운 대안으로 임용 교원에 대한 연수 방안을 제시한다. 임용 후 신규 연수는 체계적이고 수준 높은 역사 교육이 가능하다. 신규 교원 연수는 교원의 전문성 함양에도 어울린다.

교과부는 당장 눈앞에 직면한 현실을 뛰어넘어 역사적 지혜와 혜안을 키우는 경쟁력 있는 역사 연수를 계획하기 바란다. 학생들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역사의식을 고취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는 연수를 진진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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