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선생님과 약속할 수 있지?"

2011.05.25 12:52:00

"○○○ 학생, 교장 선생님과 약속할 수 있지?"
"예!"

학생과 교장이 새끼손가락 걸고 엄지손가락으로 도장 찍었다. 학생이 자살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이다.



필자의 오늘 아침 교장실 풍경이다. 위기관리 학생이 계속 자살을 예고한다. 수면제를 3알 먹은 적도 있고 아버지 심부름이라며 약방에서 10알도 산 적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 2012년 12월 00일, 죽는 날도 정했다고 들린다. 담임교사, 상담교사도 수 차례 상담하였나 보다. 

교장도 가만 있을 수 없다. 교장실에서 그 학생을 만났다. 표정이 그다지 어둡지 않다. 자살할 학생으로 보이진 않는다. 식이음료 한 병을 주고 분위기를 조성한다.

"요즘 학교 생활 재미 있니?" 
"예, 재밌어요"
"무엇이 그렇게 재미 있니?"
"예, 쉬는 시간 친구들과 노는 것이 재밌어요.'
"집은 행복하고?"
"예!"
"어머니가 잘 대해 주시나?"
"예, 학교에서 귀가하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물어보세요. 그러면 제가 말씀드립니다."
"혹시, 학교에서 괴로운 일은 있니?"
"예, 친구들이 저에 관한 쓸데 없는 소문 퍼뜨리는 것이 두려워요."
"그게 뭔데?"
"초등학교 때 왕따를 당했다는 이야기요."

'담임교사가 한 말이 맞는구나!' 이 학생은 가정문제(父), 급우관계로 심리적,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담임, 학년부, 학생인권부, 보건교사, 상담교사가 상담하면서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또 수원시자살예방센터에 상황을 알렸다고 한다.

"너 자살하려고 그러니?"
"아니요. 어제 어머니와 대화하면서 자살하지 않기로 했어요."

교장은 말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불효가 자살이라고. 학생도 말한다. 부모보다 자식이 먼저 죽는 것이라고. 자살은 가장 큰 죄악이다. 부모님이 주신 생명을 스스로 끊는다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짓이다. 또 자살은 자신,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짓는 큰 범죄다.

자살했다고 사건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건을 미제로 덮을 수는 있어도 근원적인 해결책은 결코 아닌 것이다. 2년 전 노 대통령의 자살, 잘 했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늘 모 방송국 아나운서의 투신자살, 잘못된 것임에 틀림 없다.

어려움이 있으면 스스로 해결하려 들고, 스스로 해결이 어려우면 주위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하며 아니된다.

"○○야, 고개를 들어 연두색의 학교 풍경을 보아라.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 세상은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단다. ○○야, 네가 죽는다면 너의 부모님은 얼마나 슬퍼하실까? 생각해 보았니?"
"○○야, 공부는 중상위권에 속한다며? 반에서 15등 정도하면 5등을 목표로 공부해 봐! 너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데!"

마침 교감 선생님이 들어오시며 한 말씀 하신다. "○○야, 너 잘 할 수 있잖아! 교감선생님은 네가 잘 하리라 믿는다!"

학생 표정이 처음보다 많이 밝아졌다. 학생은 자기 교실로 올라간다. 필자도 일단 안도의 숨을 내쉰다. 교장이 하는 일 중에 중요한 한 가지. 바로 학생 교육이다. 교사들을 통하여 할 수도 있지만 때론 직접 할 경우도 생긴다. 오늘과 같은 경우일 것이다.

교장의 직무는 초·중등교육법 제20조에 명시되어 있다. ‘교장은 교무를 통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고. 학생들의 자살, 있어서는 안 된다. 가정과 학교에서 교육을 통하여 예방해야 한다. 그러려면 전문가의 상담도 필요하다. 때론 교장도 달라 붙어야 한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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