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무엇을 읽어야 하나

2011.05.25 13:19:00

학교의 독서교육과 학생들의 다양한 독후활동 등을 지원·관리하기 위한 독서교육 포털(reading.go.kr)이 개통된다. 에듀팟에 독서활동을 따로 담았는데, 2011년 6월 1일부터 시·도의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으로 일원화한다.

에듀팟의 창의적 체험활동(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은 학교의 사전 교육계획 위주로 이루어지며 교사의 승인관리 대상인 반면, 독서지원시스템상의 독후 활동은 온라인을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에는 독후감, 그림, 만화, 편지쓰기 등 다양한 독후 활동 표현 기능, 독후 활동 누적관리 및 포트폴리오 작성, 개인·학급문집 발행 등을 자율적으로 축적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대입 등 상급 학교 입학 전형자료의 생산 및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독서지도와 학생 등 사용자의 자유롭고 다양한 독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에듀팟(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 www.edupot.go.kr)과 다르다.

이와 관련하여 학교 현장에서는 기대와 함께 부담을 가지고 있다. 가장 먼저 책은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르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학년별, 교과별, 분야별로 권장 도서 목록이 안내되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에게는 도움이 안 되는 어려운 것이다. 핵심 목차를 중심으로 핵심 내용 예상 후 선택하라고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일부에서는 고전 혹은 베스트셀러 위주로 읽으면 안전하다고 하는데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대한 답은 에듀팟과 관련하여 생각하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는 진로활동을 기록하는 분야가 있다. 여기서 진로탐색·진로체험활동을 기록해야 하는데, ‘희망 진로와 관련된 분야의 책을 지속적으로 읽으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따라서 대학 전공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공 학과를 정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책 선택이 쉬워진다. 그래도 어려우면 자신의 관심분야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와 관련된 책을 읽는 방법도 있다.

다음으로 ‘수업 내용과 관련된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업 내용과 관련된 책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수업 중 새로운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 선생님께 관련 책을 추천받도록 한다. 이와 관련된 책 읽기는 수업 내용을 확장, 심화시키는 학습 방법이어서 성적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방법은 결국은 전공 역량을 키우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데, 개념에 대한 원리 위주의 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경험한 다양한 교내·외 활동과 관련이 있는 책 읽기’를 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도 에듀팟에 기록할 수 있는 실제 활동과 연계되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위의 방법은 모두 자신의 관심사와 관련된 책을 읽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관심 있는 분야라면 읽기가 좀 어렵더라도 의욕을 갖고 책을 읽을 수 있다. 주의할 것은 너무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는 희망진로와 관련된 책과 수업 분야에 관련된 책을 균형 있게 보면 무난하다.




그러고도 고민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필자는 그들에게 문학 작품을 권한다. 이때도 오래된 작품이면서 동시에 대중성이 있는 작품을 읽으면 된다. 흔히 문학은 인간의 가치 있는 체험을 글로 표현한 예술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우리의 삶이 있다. 작품은 작가 개인의 특수하고 가치 있는 체험이 바탕이 되지만, 결국에는 인간의 보편적인 삶과 합일하는 세계가 표현된다. 작품을 읽고 우리의 삶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성찰해보는 것은 책읽기에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면서 효과적인 방법이다.

책은 무엇을 읽을 것이 중요하지 않다. 책을 어떻게 읽었느냐가 중요하다. 에듀팟의 독서활동 기록도 읽은 것을 자기화하는 과정을 중시하고 있다. 기록으로 남길 때도 줄거리와 단순한 감상보다는 자신의 사고과정이 드러나야 한다. 나아가서 상상력을 발휘해 지금 발생하는 사건이나 사회 문제와 연관 지어 기록하면 훌륭한 독서 포트폴리오가 된다.

독서의 즐거움은 무엇보다도 자유로움에 있다. 일상의 얽매임에서 벗어나, 책을 통해서 세계를 창조하고 마침내는 정신의 자유를 획득하는 것이 독서의 즐거움이다. 책을 선택할 때부터 덮는 순간까지, 그 세계에 빠져들거나 혹은 허우적대는 것조차도, 그 모든 선택은 ‘나’에 의해서 결정되는 자유로움이 있다. 독서활동은 사교육을 배제하고 자기주도 역량을 강조하는 입시제도이다. 단순히 읽는 차원을 넘어 나의 비전을 설계하고, 가치관, 잠재적 역량을 발견하는 작업임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취지로 볼 때 책은 운명처럼 만나야 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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