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버릇 잘 키워야

2011.06.20 09:11:00

세계 여러 나라의 교육열을 순위로 매기는 것은 엄격히 측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한국이 상위에 드는 것은 분명하다. 경제 대국으로 알려진 일본도 대학 진학률이 50%에 불과한데, 한국은 80%를 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에 대한 열의는 비뚤어진 데가 많다. 즉, 교육이 상급 학교 진학을 하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자녀의 인간됨보다는 사회에서 출세를 하기 위한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교육의 모습이 양산된다.

우리나라는 지금 가장 부족한 것이 가정교육이다. 가정은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중요한 출발점이다. 가정에서 아이는 언어를 배우고 개성과 성품을 형성한다. 그리고 개인의 역량을 성장시키는 곳이 가정이다. 아이는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사회생활을 해나가는데 필요로 하는 인지적, 사회적 기술을 익힌다. 이는 오늘날에도 변하지 않는 진리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역행을 하고 있다. 우선 과거와 다르게 핵가족화 되면서 자녀에 대한 사랑이 과잉보호로 치닫고 있다. 특히 문화의 의해 규제를 받는 행동을 가르치지 않고 있다. 젊은 부모들은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뛰어다녀도 제재를 안 한다. 아이가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해도 가르칠 생각을 안 한다.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아이가 넘어지면서 이마를 찍었는데 부모는 탁자 모서를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아이를 달랜다. 분명히 아이가 잘못했는데 애매한 탁자 모서리에 원인을 돌린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는 무엇을 배울까. 이는 아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잘못 키우는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떠드는 아이는 커 가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 반성을 하기 보다는 남을 탓하는 성격을 키워나간다.

아이에 대한 보상 교육도 바람직하지 않다. 맞벌이 부부들은 직장생활로 인해 아이들과 평상시에 함께 지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어 미안함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미안함을 물질로 보상해 주는 경우가 많다. 공부할 때도 아이들이 학습지 등을 하면 스티커를 붙여주고 스티커가 일정 개수 모이면 선물 등으로 보상을 한다. 놀라운 것은 육아 안내 서적에서도 아이가 공부를 하거나 성적이 올라가면 용돈이나 선물 같은 물질적 보상을 해주라고 한다.

이는 위험한 교육방법이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도 보상을 요구하고 나중에는 금전을 요구할 때도 있다. 보상에 의해서 유발된 동기는 인간이 능동적으로 환경을 탐색하는 능력과 의지를 제한한다. 보상의 동기로 공부를 하면 공부의 폭도 좁아진다. 또 보상에 의한 동기는 지속시키려면 반드시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일부 연구에 의하면 아동들이 좋아하는 활동에 대한 보상은 오히려 아이들의 내적 동기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했다.

요즈음 젊은 엄마들은 배운 것도 많고 똑똑한데 오히려 옛날 우리 어머니들보다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한다. 우리 엄마들은 겨우 까막눈만 면했다. 그렇지만 어머니들은 나보다 형제들,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는 방식을 중히 여기셨다. 동생은 동생이라서 배려해야 했고, 형은 형이라서 양보해야 했다. 동네에서도 버릇없는 놈이라고 들리면, 그날 저녁은 여지없이 회초리로 다스리셨다. 어머니께서는 평상시에도 정갈하셨지만, 회초리를 드신 날은 참빗으로 빗어 올린 머릿결이 한 올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어떤 날은 종아리를 때리시면서 당신도 눈물을 흘리셨다. 그리고 새벽에 변소에 가려고 일어나 보면, 어머니는 잠자리에 드신 것 같지 않은 모습으로 정화수 한 그릇을 떠놓고, 무어라고 중얼거리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학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어린 시절 양육 방식은 한 사람의 생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속담에도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아동이 가정에서 잘못된 심리적 습관을 가지면 아무리 휼륭한 학습 방법을 가르쳐주어도 학업 성취도도 낮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강압적인 가정교육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진짜 사랑한다면 엄하게 가르쳐야 한다. 따끔한 회초리가 지금 순간 눈물을 흘리게 하지만, 평생의 가르침으로 자리한다. 무턱대고 감쌀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힘으로 환경에 적응하고, 개성과 운명을 개척하도록 안내를 해 주어야 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