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흥국 씨가 자기를 해고한 방송국 앞에서 시위를 한다. 그러더니 지난 17일에는 1위 시위를 하면서 어느 절의 스님까지 대동해서 삭발식까지 하는 퍼포먼스(?)를 강행했다. 개인에게는 절박한 생존권 투쟁이고,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몸부림이겠지만 내게는 그의 투쟁이 투정으로만 보이는 것은 야박한 방관자의 심리 탓인가.
물론 평소 그는 예측할 수 없는 말과 행동, 재치 있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웃음으로 이끈 연예인이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나름 월드컵 축구 유치와 각종 행사에서도 봉사활동을 하면서 선행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칭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엊그제 한 삭발식, 해병대 옷 입고서 벌인 방송국 앞 1인 시위는 정말 아니다. 그로서는 결연한 행위를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그런 퍼포먼스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한 언행을 평소에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성을 얻기는 어렵다고 본다. 왜냐면 같은 방송인으로서 그 이전에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강제하차 당한 방송인 김미화 씨나 정권에 다소 밉보이는 말을 하고 언론에 기고했다는 이유로 역시 강제하차 당한 시사평론가 김종배 씨가 어려움을 겪을 때 그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어떤 위로의 말을 했던가.
김흥국 씨는 자문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자신의 현재 처지를 단지 그런 사람들과 경우가 다르다, 그들을 잘랐다고 나까지 구색 맞추기로 끌어들여서 잘랐다고 항의해야 한다는 말인가. 오히려 방송국 노조에서 억울하게 하차당한 사람들에 대해서 연대(連帶)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오히려 비난을 퍼부어야 했었는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그는 반성했어야 한다. 자신을 자른 방송국에 대해 반성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고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 김 씨는 김미화, 김종배 씨는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다르고, 해고 사유가 다르다고 항변하는지 모르겠지만 - 있었던 그들에게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따지고 항의하지 않았는지, 나에게도 저런 일들이 다가올 수 있다는 이기심의 발로에서라도 사회적 연대의식을 희미하게라도 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마저 없었다. 반면에 김 씨와 대비되는 인물로 탤런트 김여진 씨의 사례는 김흥국 씨와 분명하게 대비되어 보인다.
그래도 나는 김 씨가 방송에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가 어떤 정치적 행위를 했든지 말든지 간에 그것은 그의 의사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방송에서 강제 하차한다면 남게 될 방송인은 앵무새 몇 명만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튼 윤리적, 법적인 개인의 잘못에 의해서도 아니고 납득할 수없는 이유로 지금 같은 방송 연예인 학살이 지속되는 것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방송인 김흥국 씨에게 2차 대전 때의 독일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가 한 말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에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그들이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음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