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은 더욱 더 살기가 팍팍한 세상이다. 게다가 1000만원이 넘는 대학 등록금으로 인하여 자살하는 청년들의 얘기가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더 번창하는 것이 도박 같은 사행산업이다. 얼마 전에는 인생역전을 노리고 산 로또복권이 이혼, 가정파괴 등으로 이어져 사회문제화가 심해지자 연금식으로 지급하는 복권도 출시되었다고 한다. 재미로 산다면 일주일이 재미있고 희망에 부풀어 살게 되는 청량제 역할을 하지만, 돈에 눈이 멀게 된다면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첨병이 되는 것이 복권이다. 이번 호에서는 복권 당첨금에 얽힌 판례를 소개해 본다.
어느 마을에 사는 백수 A씨가 있었다. 그는 한량답게 대개의 시간을 시골다방에서 보낸다. 어느 날 그는 여느 때와 같이 다방에서 마담 B씨, 종업원 C, D씨와 함께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A씨가 “심심한데 즉석 복권이나 한번 긁어보자”고 했다. 다방종업원 C씨는 백수 A씨의 돈 2000원으로 500원짜리 복권을 넉 장 사왔다. 4명이 긁어보니 종업원 C, D씨가 각각 1000원에 당첨되었다. 신이 난 그들은 또 넉 장을 다시 사와서 긁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마담 B씨와 종업원 C씨가 각각 2000만 원에 당첨된 것이었다. 그런데 A씨는 환호하는 다방 마담과 종업원을 뒤로한 채 혼란한 틈을 타서 슬그머니 복권을 가지고 나와 버렸다. 그러자 종업원 C씨는 당첨금을 돌려 달라고 했고, A씨는 “나중에 돈을 찾아서 주겠다”며 차일피일 지급을 연기하다 며칠 후 A씨가 은행에서 당첨금 전액인 4000만 원을 찾은 후 다방마담과 종업원 두 명에게 각각 100만원씩을 돌려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방종업원 C씨가 받은 돈을 돌려준 후 A씨를 고소했다는데 있었다. A씨는 "처음부터 내 돈으로 복권을 구입했으니까 복권도, 당첨금도 전부 내 것이다, 마담이나 종업원들은 그냥 긁어 본 것뿐이다, 그나마 100만 원 준 것도 성의표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고, 종업원 C씨는 “복권은 넉 장을 사서 한 장씩 사이좋게 나눠 가졌고, 그중에 내가 긁은 것이 당첨이 된 것이므로 당첨금 또한 내 것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1심과 2심에서 오락가락하는 결론이 나왔다. 1심은 A에게 횡령죄를 인정했으나 2심에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에서는 당첨금이라는 금액보다는 친밀한 인간관계 유지를 더 내세웠다. 즉, “백수와 다방 마당과 종업원 2명은 모두 친한 사이였는데 백수가 산 복권을 나머지 세 명이 대신 긁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들 사이에는 누가 당첨되더라도 당첨금을 공평하게 나누거나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한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므로 4명이 500만원씩 나누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 대전교육소식지에 있는 '재미있는 법률 이야기' 8월호 코너에 기고한 글입니다. 위 내용은 기존 판례를 단순히 소개한 것에 불과하므로 기타 자세한 사항은 반드시 전문가에게 법률적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