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은 마음을 움직이는 것

2011.08.16 11:49:00

- ‘설득의 비밀(EBS 제작팀·김종명 공저, 쿠폰북)’을 읽고

여름은 휴가철이다. 휴가는 노는 것이 아니라 재충전의 시간이다. 하지만 산과 강으로 떠나는 휴가는 출발부터 첩첩산중이다. 도로는 차가 점령했다. 어렵게 도착한 해수욕장은 물보다 사람이 더 많다. 파리와 모기가 들끓는 민박집에서 바가지요금까지 뒤집어쓰고 오면, 심사가 뒤틀린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재충전을 위해 떠난 휴가가 오히려 스트레스로 채워진다.

여름에 무턱대고 집을 나서면 재충전이 아니라, ‘재충돌(?)’이다. 짜증나는 휴가 대열에서 이탈하여 책 속에 빠지는 즐거움을 누려보면 어떨까. 뜨거운 더위도 물리치고, 지식을 살찌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이 여름에 ‘설득의 비밀’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방학 동안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 시대 필요한 것은 교감과 소통이라고 한다. 권위적인 지시로 조직을 통솔하는 것은 과거의 유물이다. 실제로 일방적으로 지시만 하면 일이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방적 지시는 바로 감정적인 질책을 하게 된다. 일은 진행 되지 않고, 감정의 골만 깊어진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 무턱대고 지시하고 윽박지르면 대화는 중단된다. 그들과 대화할 때도 효과적으로 다가설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아이들과 대화하는데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책 내용은 5단계의 프로젝트 상황을 드라마처럼 보여준다. 1단계 ‘설득 유형을 파악하라’에서는 학교에서 자퇴를 요구하는 학생과 교사가 상담을 하는 상황이 제시된다. 장면을 보는 순간 나를 돌아보게 한다. 나도 도식적인 강요와 고압적인 자세로 설득에 실패 한 적이 많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7:3의 법칙은 명쾌한 도움을 준다. 7:3의 법칙은 일반적인 상식을 무력화한다.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사람은 말의 양에서 7대 3의 법칙을 지키라는 주문을 한다. 설득은 상대방이 70%의 대화 점유권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이는 곧 설득하는 사람이 밀어붙이기로 인해 설득에 실패하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설득은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2단계 ‘달인에게 배운다’에서는 네 명의 달인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설득의 노하우에 관하여 소개하고 있다. 전문가들 나름대로 자신만의 노하우를 밝히고 있는데,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경청하는 자세다. 앞의 7대 3의 법칙과 통한다. 단,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건성으로 들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이 말을 할 때에는 눈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자세로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신뢰감이 형성되고 상대방 마음의 문이 열린다.

3단계 ‘설득 레이더를 맞춰라’에서는 한국형 설득이라는 표현에 공감이 간다. 한국인을 지배하는 심리 ‘빨리빨리’, ‘자기나 나나’, ‘끼리끼리’, ‘요리조리’ 등의 심리에 맞는 설득 전략을 찾아내고 있다.

4단계 ‘협상으로 진입하라’에서는 설득의 최고 기술인 협상을 말하고 있다. 앞 단계에서 배운 설득을 통해 비즈니스 현장에서 협상을 하는 방법을 익힌다. 협상은 타결 의사를 가진 당사자 사이에 의사소통(communication)을 통하여 상호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의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다. 협상은 당사자끼리의 결합적 의사 행위로 각자의 이해를 증진시킨다. 협상은 전통적으로 남북 협상, 러일 협상 등 국가 간 분쟁 해결 방법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최근에는 야권 통합 협상, 낙농가와 우유 업체 협상, 미국의 부채 한도 조정 협상, 글로벌 경쟁시대의 국제 통상 협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끝으로 5단계 ‘현장게임’에서는 현장으로 투입, 그 동안 배운 기술을 적용해본다. 도전자들은 자기들이 F학점을 받았다는 설정 아래에서 그 학점을 철회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미션이 성공할 확률은 희박하다. 실제로 이 미션은 교수의 핵심 가치가 걸려 있기 때문에 설득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교수의 평가는 달랐다. 다시 만날 여지를 남겼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설득에서 최선책을 받아낼 수 없다면 차선책을 받아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으로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만날 여지를 남기는 것도 설득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사람들을 Speaker(표출형), Carer(우호형), Achiever(성취형), Finder(분석형)으로 나누고 그 사람들에게 알맞은 설득을 해서 바람직한 도출을 하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그들의 특징을 알아내서, 그것에 맞는 설득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유형으로 쉽게 분류하기 어렵다.

사람들을 분류하는 것보다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자세를 기본적으로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책의 마지막 서술은 이에 대한 답을 준다.

16명의 도전자들은 시추에이션을 통해 설득의 비밀을 알아가는 독특한 훈련을 거듭하면서 설득은 상대방을 나에게 끌어오는 게 아니라, 내가 다가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설득은 소통이고 관계다. 그래서 설득은 연애의 기술이며 사랑의 기술이며, 관계의 기술이자 인간을 사랑하는 기술이다.

설득의 세계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내 마음을 열지 않으면 설득의 문은 닫혀버린다.

설득은 상대방에 대한 연구이며, 탐구이다. 상대방에게 다가서는 순간, 설득의 문은 열린다(pp. 309~310).

설득은 특별한 행위이기 전에 우리 생활의 일부이다. 부모님께 사고 싶은 것에 대해 설명을 할 때도, 아이에게 학습을 권고할 때도 우리는 설득을 한다. 친구들과 팀 과제를 할 때도 대화를 하고,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설득을 한다. 설득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방식이다.

간혹 설득은 대화에서 이기는 것, 상대방을 내편으로 만드는 것, 설득은 상대방을 정복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보니 일방적인 지시를 하게 된다.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행위는 내 생각이 언제나 옳다는 착각에서 나온다. 내 생각은 상대와 합의된 결론이 아니다. 일방적 지시는 절대로 설득의 목적에 도달할 수 없다.

설득은 나와 상대방의 설전이나 게임이 아니다. 상호 간의 의사소통이다. 설득의 출발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고민을 하는 것보다 상대에 대한 이해가 첫걸음이다. 상대방은 동반자다. 상대방을 존중하라. 그러면 마음이 열린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설득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을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의 마지막 비결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자신을 맞추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설득의 문이 열린다. 아울러 ‘설득의 꽃은 양보에서 핀다’라는 말도 새겨 볼만하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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