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여행기 ②

2011.08.22 18:07:00



이번 여행의 목적인 백두산 천지를 보는 날이다. 중국에서는 장백산(長白山)이라고 한다. 높은 준령을 몇 개를 넘는데 빙글빙글 돌아 오르는 길옆에는 고산지대의 식물과 나무들이 울창하여 백두산에 오를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특산품을 판매하는 집과 옆에 중국식 화장실이 있는 휴게소에 들렸다. 이곳이 갑산이라고 하는데 특산물이 장뇌삼, 벌꿀, 목이(木耳)버섯 등이 유명하다고 하였다.






고산지대의 풍경을 바라보며 한참을 달려가다가 작은 식당에 들려 닭백숙 다리를 뜯으며 돼지고기를 상추쌈에 싸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울창한 삼림사이로 뚫린 도로를 따라 산속으로 굽이굽이 올라갔다. 매표소 입구에 다다르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비를 구입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천지를 못 볼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모두 걱정을 하며 인산인해(人山人海)에 파묻혀 사진도 찍고 앉아서 푸념만 늘어놓았다. ‘오전에 왔어야 하는데…’ ‘가이드가 먼저 와서 표를 샀어야 하는 건데…’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 아예 표를 팔지 않는다고 한다. 시간은 오후 2시가 넘었고 구름은 몰려오며 비를 뿌리니 백두산천지를 못 보고 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밀려오고 있었다.



한참 뒤에 입장권을 샀다고 줄을 서라고 하였다. 줄이 장난이 아니다. 얼마나 줄이 길게 늘어섰는지 까마득하다. 이곳부터는 셔틀버스를 타고 약30분 올라가서 다시 6인승 갤로퍼나 12인승 봉고차를 타고 정상까지 간다고 한다. 여기는 승차인원이 적기 때문에 입장하려는 관광객이 얼마나 많은지 계단으로 오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 군인들이 나와서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계단에 몰린 인파가 밀고 들어가려는 바람에 넘어지면 압사(壓死)같은 부상사도 있을 것 같아 진이 빠지는데도 백두산 천지를 보려는 일념으로 참고 기다리며 인내심으로 견뎌냈다.



드디어 12인승 봉고 차에 올라 정상으로 오르는데 꼬불꼬불한 길을 속력을 내여 달리니 몸이 좌우로 넘어져 옆 사람과 부딪치며 모두가 고함을 지르며 웃기도 하였다. 마치 개미떼가 역사(役事)를 하는 모습 같았다. 150여대의 소형 차량이 꼬리를 물고 오르내리는 모습이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었다. 그래도 부딪히지 않고 곡예운전을 하는 기사(技士)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정상부근에 기상대와 관리소 건물과 승차하는 건물이 있었는데 한쪽에서는 안개구름이 몰려오고 있어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숨 가쁘게 올라가니 눈앞에 천지가 선명하게 펼쳐져 보였다. 너무 감격스러웠다. 백두산 천지가 너무나 웅대하고 신비스럽게 보여 분화구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었다.

너무 많은 관광객 때문에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다. 그래도 한 장이라도 더 찍어가려는 욕심에 틈이 나면 천지를 향해 사진을 찍었다. 인물사진 보다는 천지의 신령스러운 모습을 한 컷이라도 더 담아가려는 마음으로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영겁을 거쳐 민족을 지켜온 백두산은 너무 웅장하였고 신비스러움을 느꼈다.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이 백두산을 관광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한다. 일기의 변화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백번 와서 두 번보고 간다는 말까지 생겼다고 한다. 평소에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덕을 쌓고 베풀어야 천지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첫 번에 와서 맑은 천지를 볼 수 있었으니 얼마나 행운인가? 모두가 너무 좋아했고 여행 온 보람을 느꼈다.



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아름답고 연약한 야생화를 차창으로 보면서 신기해하였다. 일행 모두가 얼굴에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이 만족해하였다. 운전사가 39회를 왕복하였다니 하루종일 약 4만 여명의 관광객을 실어 날랐다고 한다. 중국인 백두산 관광객이 증가추세에 있다고 하는데 7~8월에 집중되고 있어 입장을 통제해야만 할 것 같다.






소형차로 내려와서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장백폭포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갔는데 계단으로 오르기 전까지만 가서 사진을 찍고 셔틀버스가 끊기기 전에 내려와서 민속촌에 있는 백하림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단층 초가집형태로 여관 형태로 난방도 온돌로 되어 있었다.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친근감이 들었다. 저녁은 소 한 마리를 잡아 우리 일행이 먹는다고 하였다.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부위별 고기를 먹으며 민속공연까지 관람하며 식사를 하니 모두들 기분이 들떠서 천지를 보았다는 만족감과 함께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지친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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