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교육 (3)

2011.10.09 08:29:00

러시아는 그림이 많은 나라다. 특히 모스코바 34번 공립학교에도 학생들이 그린 그림이 벽에 많이 걸려 있었다. 그림의 나라다웠다. 러시아 하면, 그림은 아름답고 문학은 심오하며 노래는 감동적이라는 것쯤은 그 나라에 대해 관심이 없어도 짐작할 수 있다.

러시아의 문인 듀체프의 〈초가을〉의 후반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힘찬 낫질로 이삭이 떨어졌던 곳엔 이제는 모든 것이 텅비었고 어디나 광활하다. 거미집들만 거밋줄을 빈 고랑에서 반짝이는구나”

모스코바에는 산이 없다. 광활한 넓고 넓은 평지이다. 이들은 아무 보잘 것 없는 자연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거미집을 노래하는 솜씨는 탁월하다. 거미집들만 거밋줄을 빈 고랑에서 반짝이고 있음을 볼 줄 아는 감각적인 안목은 특히 돋보인다.

이러한 것들이 그들의 삶이 아름답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본다. 그들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삶, 예절바른 성품, 훌륭한 인격이 밑바탕이 되어 아름다운 시를 읊을 수 있었으리라. 그들의 인성교육은 우리의 인성교육 못지않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고운 심성에서 길러진 깊고 심오한 창의적 능력이 발휘되고 있었다.

학교 안에서의 생활지도도 엄격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학교 안에서 한 학생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하셨다. 역시 화장실은 우리나라 호텔의 화장실급이었다. 깨끗한 모습이 그러했다. 소변기가 우리처럼 크지도 않았다. 아주 실용적이었다. 작고 아담한 변기였다. 얼마나 깨끗한지? 거기에서 담배꽁초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언젠가 중국의 어느 학교를 방문했을 때 첫 인상이 학교가 깨끗하며 도서관의 열람실에 낙서 하나 없고 학생들의 두발이 단정되어 있음을 보고 생활지도만큼은 철저하게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34번 공립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이 학교에는 남자 선생님이 너무 적었다. 2-3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우리나라도 남자선생님이 적어지는 추세지만 우리와는 사정이 달랐다. 그들에겐 선생님의 보수가 너무 적어 교사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의 근로자의 기본급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교시 수업을 참관하고 나서 교장실에서 우리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기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사전 조율이 있었지만 현지에서 직접 말씀을 나누면서 구체화할 수 있었다. 교육관련 협의가 있었다. 얻은 결론은, 하나는 우리학교 학생들과 러시아 학생들 간의 이메일 주고받기이다. 또 하나는 우리 학생들이 러시아 선생님으로부터 화상으로 수업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 학생들이 겨울방학 동안 모스코바 34번 학교를 방문해서 그 학교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대로 수업을 받는 것이다. 러시아어 수업, 문학, 예술, 문화 체험 등 다양한 수업을 직접 러시아 선생님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된 것이다.

러시아 모스코바는 다시 가고 싶은 도시다. 왜냐 하면 너무나 아름다운 도시이기 때문이다. 길거리에 늘어선 아파트마다 미적 감각이 탁월했다. 우리 아파트처럼 비슷하게 지어진 것이 아니라 아파트마다 디자인이 모두 달랐다. 예쁘기 그지없었다. 모스코바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도시의 아름다움은 발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매혹적이었다.

모스코바에는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오직 러시아어를 잘 모르면 생활하기가 불편했다. 그러기에 러시아를 가슴에 품고 세계적인 인재가 되고 싶으면 러시아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되도록 되어 있었다. 함께 숙소에서 식사를 할 때 한국 젊은이를 둘 만났다. 한 분은 대학원 박사학위를 준비 중인 학생이었다. 한 분은 사업을 하는 청년이었다.

미국에서 만난 러시아인이 다리가 되어 사업의 길을 열게 된 것이었다. 미국에서 함께 공부를 했으니 그들에게 영어라는 공통언어가 있었다. 러시아를 할 줄 모르는 이 청년은 영어를 할 줄 아는 친구를 만났기에 러시아의 진출이 가능했던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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