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원장의 인기에서 르상티망이 엿보인다

2011.11.10 21:10:00

어느 한 마을에 부자와 가난뱅이 농부가 이웃하여 살고 있었다. 부자에게는 암소 한 마리가 있었다. 하지만 농부에게 암소는 평생 뼈 빠지게 일해도 갖지 못할 가축이었다. 농부는 하느님께 도와달라고 부지런히 기도했다. 마침내 하느님도 그 지극정성에 감탄을 해서 그랬는지 무엇을 원하느냐고 묻는다. 농부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웃집 암소를 죽여주세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농부가 바보라서 더 많은 숫자의 소를 달라고 하면 될 것을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의 질투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우스갯소리이다. 그만큼 사람의 질투는 인간의 냉철한 이성을 마비시키고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철학자 니체는 이런 사람의 심리를 일러 '르상티망(Ressentiment)'이라고 했다. 이 단어는 약자의 질투와 패배자의 시기심을 가리킨다. 선거든 경기든 간에 패자가 승자를 인정하지 않고 원망한다는 의미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과론적으로 패배했지만 과정에서 이겼다고 생각한다든가, 물리적으로 패배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자신이 더 우월하다는 약자와 패자의 자기정당화가 그것이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의 ‘신포도(sour grape)’ 정도라고나 할까. 우리 속담에도 '배고픈 것은 참아도 사촌이 땅 사서 배 아픈 것은 참기 힘들다'는 인간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이 있다.

얼마 전부터 정치인도 아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국민적 인기가 치솟고 있다. 개인의 능력도 능력이려니와 현재의 정치권이 희망과 꿈을 국민에게 주지 못하는 현실이 그의 인기를 더 오르게 하는 형국이다. 물론 그 인기의 근저에는 출세와 안정이 보장된 의사와 의대교수라는 직책을 과감히 버린 채 당시에는 생소했던 컴퓨터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연구소를 차린 창의성과 과감함, 연구소에서 만든 백신 바이러스를 돈을 받지 않고 무료로 개인에게 배포한 박애정신, 경쟁 컴퓨터바이러스 회사에서 거액을 주고 안철수연구소를 인수하려 했으나 인수할 경우 컴퓨터 사용자에게 유료로 백신을 팔게 될 것을 염려하여 거절한 대의에 기초한 그의 행동은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기에 충분하리라. 게다가 요즘 그의 단짝 친구인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과 함께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면서 그들의 어려움을 들어주는 전국투어 ‘청춘콘서트’는 현시대 지성이라면 가져야 할 소통과 화합의 아이콘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게다가 현 대통령의 불통과 독불장군식의 국정운영으로 인한 인기의 급락도 그의 인기에 한몫을 했다고 본다.

문제는 이러한 안철수 원장의 인기에 대해서 반성과 함께 경외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질투를 넘어서 인물에 대한 깎아내리기의 행태가 일부 엿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그의 인기는 거품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겠는가. 혹독한 검증을 거치면 정치판에 못 들어온다.”는 등의 저주에 가까운 말이 나돌고 있다. 회사와 관련한 안 원장의 이상한 검증되지 않은 말도 있다.

필자는 안철수 원장을 한번 직접 본적도 없고 청춘콘서트라는 곳에도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서 그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들은 바 있다. 그럼에도 그를 존경하는 것은 그의 개인적인 능력과 훌륭함에 보태서 기존 기득권 세력의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기에 그것과 반대의 길을 갔던 안 원장의 인기가 어느 정도 더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울러 앞에서 말한 니체의 르상티망과 옆집 부자의 암소가 죽기를 바라는 농부의 심리가 안 원장을 폄하하는 사람들의 솔직한 속마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신들의 업적을 쌓고 부지런히 이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 그리고 남의 잘된 점은 과감히 칭찬해서 자기도 본받으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겠는가. 마치 벽에 분필로 그어놓은 선을 손대지 않고 짧게 만드는 방법은 지우개도 물도 아닌 그 선보다 더 긴 선을 그 밑에 긋는 것임을 그들은 정말 모르고 있다. 세상에 대해서 조금씩 배워가는 학생들이 이러한 현실을 잘 보고 배울 수 있게 올바른 것을 취사선택하는 혜안을 가지도록 가르쳐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백장현 교육행정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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