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들의 청렴, 시민의 눈으로 봐야

2011.11.29 14:49:00

공직자로서의 올바른 처신과 청렴함을 강조할 때 예를 들 수 있는 것이 둘 있기에 소개해 본다.

하나는 ‘뷔리당의 당나귀(Buridan's ass)’라는 것인데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배고픈 당나귀가 길을 걷다가 맛있어 보이는 산더미 같이 쌓인 건초 더미를 보았다.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반대쪽에도 똑같이 맛있어 보이는 건초더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왼쪽으로 가면 오른쪽 건초가 더 먹음직스러워 보였고, 오른쪽으로 가면 왼쪽이 더 좋아 보였다. 밤새도록 갈팡질팡하던 당나귀는 이튿날 아침 두 건초더미 사이에서 굶어죽은 채로 발견됐다.

비유하자면 당나귀는 공직자로, 왼쪽에 있는 건초더미는 시민들이 부여한 신성한 공직으로, 오른쪽에 있는 건초더미는 공직자를 유혹하는 각종 뇌물이나 향응, 이권으로 빗댈 수 있다. 현명한 당나귀는 선택의 순간에 당연히 왼쪽에 있는 건초더미를 택해야 하지만, 어리석은 당나귀는 한 순간에 정신 줄을 놓아서 두 건초더미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굶어 죽거나 혹은 하나를 탐낸 후 또 하나를 먹으려다가 과식으로 죽게 될 것이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당나귀인가.

공직은 밖에서 보는 것만큼 쉬운 자리가 결코 아니다. 얼핏 보면 자리가 안정되어 있고,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니 평안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공직 인기 현상은 세계 경제가 불안하고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하여 고용이 불안한 민간기업 대신에 나름대로 안정적인 공직을 선택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본다. 또한 겉보기에 안정적인 공직이라지만 그런 것은 일부분일 뿐이고 그것과는 달리 굳건한 초심을 가지고 공명정대하게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인·허가 관계나 각종 관리․감독을 하는 담당자들에게는 더 그렇다. 그러니 우스갯소리로 공직자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으로 치열하고도 냉철하게 일해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하물며 공자(孔子)가 무척 목이 마른 채 샘 옆을 지나갔는데도 그 샘의 이름이 '도적 샘(盜泉)'인 것이 마음에 걸려서 물을 마시지 않은 일화는 무엇을 뜻하는가. 공자는 아무리 목이 말라도 도적이라는 이름이 붙은 샘의 물을 마시지 않겠다고 했으며 그대로 실천했다고 한다. 지금처럼 혼탁한 세상에는 오히려 공자 같은 청렴함을 가진 공직자가 더 필요하지 않은가 한다.

또 다른 하나로 연암 박지원 선생의 공작광문고자서(孔雀館文槁自序)에 나오는 귀울음(耳鳴)과 코골기(鼻鼾)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귀울음은 나는 듣지만 남은 못 듣는다. 반면에 코골기는 남은 듣지만 나는 못 듣는다. 현상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데 나나 남이나 어느 한쪽은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두 현상은 나든 남이든 누군가에게 괴로움을 주고 귀찮게 하는 존재임에는 분명하다.

매년 우리 공직사회는 내부와 외부에서 청렴도를 측정한다. 그런데 결과를 받아보면 내부(공직자)와 외부(시민)가 느끼는 청렴도의 차이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공직자들은 대개가 청렴하다고 느끼고 있는 반면에 시민들은 공무원들이 별로 청렴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공직자와 시민 모두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있다고 본다. 한 두 사람의 미꾸라지가 공직사회를 다 흐려놓아서 시민들은 공직자 모두가 부패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공무원들은 한 두 사람 일탈한 공무원만 부패했다고 여기지 대다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히 귀울음과 코골기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렇지만 공직자인 내가 깨끗하다는 것을 시민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섭섭해 하지 않아야 한다. 칭찬에 대한 얻고 잃음은 모두 공직자에게 달려 있지 않겠는가. 시민들이 칭찬한다면 좋겠지만 공직자를 비난한다고 해서 시민들을 원망해서야 되겠는가. ‘매화는 어떠한 역경이 오더라도 결코 그 향기를 팔아 안락을 구하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고 한다. 대부분의 공직자는 그러한 생각을 갖고 일을 해야 할 것이고, 필자도 그렇게들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시민들이 공직자에게 잠시 맡겨둔 소중한 공직(公職)을 믿음과 신뢰로써 지켜야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선진화 사회를 이끄는 이 시대 공직자들의 소임이다.
백장현 교육행정공무원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