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그는 한국의 철강 왕이라 불린다. 모래사장만 가득했던 허허벌판 포항 영일만에 무일푼으로 지금의 포스코를 만든 주역이기 때문이다. 박태준 포스코 전 회장이 엊그제 세상을 떴다. 타계할 때 여든이 넘은 나이여서 천수까지는 못 누렸다고 하겠지만 제법 세상을 산 축에는 든다. 하지만 못내 아쉽다. 그는 오직 철강입국을 위해 뛰어왔었기에 제 몸을 돌보지 않은 채 현장에서 마신 모래속의 규사라는 성분이 폐에 차서 생긴 폐질환으로 세상을 떴기에 하는 말이다. 이른바 산업재해라 부를만하다.
박 전 회장은 청빈하기로 소문이 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가 현장인 포항제철소를 다닐 때 임직원에게 늘 강조한 덕목은 청결이었다. 이른바 그가 주창한 ‘목욕론’이 있는데 이랬다. “깨끗한 몸을 유지하는 사람은 주위의 지저분한 것, 바르지 못한 것, 정리 정돈되지 않은 것들을 수용할 수 없다. 깨끗한 몸은 현장 안전과 제품의 질로 나타난다.”
그래서 그랬던가. 먹고살기 어렵다던 80년대 초에 포스코 사택에는 호텔 수준의 목욕탕과 화장실이 구비되었다고 한다. 이런 생활이 회사경영과 사생활에도 이어져 26년 동안 포스코 최고경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지분을 한 주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직원들에게는 우리사주를 나누어주었음에도 말이다. 그가 살았던 서울 집도 60년대 군인이었을 때 받았던 집이었으며, 그마저도 얼마 전에 공익재단에 기부하였다. 타계하기 전까지는 집이 없어서 큰딸 집에서 더부살이했다고 하며, 병원비도 자녀들의 도움으로 해결했다고 하니 말을 잇지 못하겠다.
세계 최대의 철강회사를 운영했던 그가 축재(蓄財)를 하려했다면 억만금인들 모으지 못하였을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청렴을 몸소 실천한 최고 경영자이자 이 시대의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전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정치에서는 큰 빛을 발하지 못한 대성하지 못한 정치가였지만 그러한 사소한 것은 앞에서 그가 실천한 청빈한 삶들로 인하여 상쇄하고 남으리라.
14일자로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기관의 청렴도 측정결과를 발표하였다. 공공기관의 종합 청렴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8.43점으로 작년보다는 조금 상승하였다고는 해도 국민들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는 운동부 운영 중 금품과 향응, 편의 제공이 다수 있어서 청렴도가 상당히 낮게 나왔다. 공공기관의 내부청렴도는 기관장의 반부패 의지와 노력도가 높을수록 기관의 청렴도도 비례해서 높다는 의미 있는 결과도 나왔다. 아울러 관리직인 학교장의 부패행위 징계 비율이 전체 304명의 징계자 중 51%인 156명을 차지해서 감점 요인이 가장 컸다는 분석은 새겨들을만한 내용이다. 교육기관의 청렴함은 교직원 자체의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그 기관을 경영하는 학교장과 기관장의 책임이 크다. 용장(勇壯) 밑에 약졸(弱卒)이 있겠는가. 박 전 회장의 부음기사를 보고 느낌 소회를 몇 자 적어 보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