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가지 무소유(無所有) 보시(布施)

2012.01.17 09:26:00

매년 연말이면 거리의 자선남비에 큰 돈을 익명으로 기부하는 사람이 있어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고 있다. 구멍가게나 행상을 하며 덜 먹고 덜 입으며 절약해서 모은 전재산을 대학에 장학금으로 쾌척(快擲)하는 노파(老婆)의 선행을 보면서 인간의 선행심과 보시(布施)하는 마음을 우러러보게 된다. 재물 때문에 친구는 물론 형제간의 우애도 끊어지게 하고 심지어는 강도나 살인까지 하는 혼탁한 사회를 정화시켜 주는 옹담샘 같은 역할을 하는 분들이 있기에 우리사회가 이나마 지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불가(佛家)에서는 보살의 실천 덕목인 육바라밀(六波羅蜜) 가운데 제1의 덕목으로 보시(布施)를 꼽고 있다고 한다. 보시란 널리 베푼다는 뜻으로서, 자비의 마음으로 다른 이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베풀어 주는 것을 뜻한다.

베푸는 것에는 재물로써 베푸는 재시(財施)와, 석가의 가르침인 진리를 가르쳐 주는 법시(法施), 두려움과 어려움으로 부터 구제해 주는 무외시(無畏施)의 셋으로 구분 하고 있다.

보시는 사섭법(四攝法) 가운데 들어 있어 보살이 중생을 교화(敎化)할 때의 행동양식의 하나로 권장되고 있다. 요즘은 보시라는 말이 불공이나 불사(佛事)때에 신도들이 일정한 금전이나 물품을 내놓는 일을 말한다. 세속의 명리(名利)를 위해서라든가 어떤 반대 급부라도 바라는 마음에서 한다면, 그것은 부정(不淨)보시가 되므로 철저히 배격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돈없이 무엇을 베푸느냐고 하겠지만 어느 스님의 법문을 들어보니 7가지 무소유 보시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소개해 보기로 한다.

첫째, 항상 미소를 지어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굴 표정이 굳어져 있어서 잘 웃지 않는다고 한다. 서양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에게도 밝은 미소를 보내어 하루생활이 즐거워진다. 항상 밝은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생활하면 본인도 마음이 즐거워 지지만 주변 사람들도 함께 편안해 지므로 돈 안들이고 베풀 수 있는 첫 번째 보시라고 생각한다.

둘째,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 주어라. 우리는 내 이야기는 잘 하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는 버릇이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상대를 이해하고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소통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슬픔을 함께 나누어라. 슬픔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마련이다. 슬플때는 옆에만 함께 있어 줘도 위로가 되고 슬픔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우울할 때 친구 생각이 나고 대화를 나눌 사람을 찾게 되기 때문에 슬픔을 함께 나누는 사람을 고마워 하고 오랫동안 감사하게 생각하게 된다.

넷째, 함께 동행해 주어라. 바쁘게 세상을 살아 가다보면 마음은 있어도 함께 동행을 하기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동무가 되어 함께 동행을 하는 것은 상대방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고 고마운 마음이 배가 되는 것이다.

다섯째, 자리를 양보해 주어라. 서 있기에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것은 크나큰 배려(配慮)이고 베품이다.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미풍은 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민족의 자랑거리이다.

여섯째, 부드러운 말을 해주어라. 사회가 각박해 지면서 언어가 거칠어지고 말한마디가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온화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도 좋은 보시라고 생각한다.

일곱 번째, 상대방의 좋은 일을 축하해 주어라. 상대의 좋은 일을 보거나 듣고 시기하거나 질투심으로 대하는 경우는 본인에게도 좋지 않은 것이다.
상대방의 좋은 일을 축하해 주어야 내가 좋은 일이 생길 때 답이 오는 것이다. 내 이웃이나 주변 사람에게 항상 기뻐할 수 있게 칭찬을 하는 것이 좋은 보시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삶에서 아주 작은 것 소홀히 하기 쉬운 것들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베풀 때 나에게도 복이 찾아 온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돈없이도 베풀 수 있기 때문에 밝고 명랑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임진년 새해에는 하루 한가지라도 무소유(無所有)의 보시(布施)를 실천하면 모두가 행복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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