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교육과학기술부도 보수적이라거나 학교현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교원평가제, 교원성과상여금제등을 보더라도 교육현장의 의견과는 거리가 멀게 진행되었었다.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는 기본취지에는 공감을 하지만 인위적으로 경쟁을 유발하는 것은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측면이 더 많기 때문에 반대를 했었던 것이다. 평가 그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긴 해도, 평가지표가 객관적이라면 순순히 따르겠다는 것이 교육현장의 목소리였다.
성과상여금 역시 상여금 준다는데 왜 반대하는지 생각해 봤어야 한다. 정량적인 평가를 통해 성과상여금의 등급을 정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성적 평가라면 객관성 확보에 더욱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반대했던 것이다. 돈을 준다는데 왜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봤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렇듯 어지간한 정책은 계속해서 밀고 나갔던 교과부지만 체벌금지를 포함한 학생인권조례에서는 쉽게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체벌금지 조치가 내려지자 간접벌을 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고, 급기야는 서울시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정면으로 브레이크를 걸게되었다. 왜 이런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교육현장과 거리가 있는 정책도 과감히 추진했던 곳이 교과부이다.
교과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서울시교육청에서 재의신청을 철회한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재의를 해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런 주문의 배경에는 표면적으로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논리가 깔려 있지만, 도저히 학교현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학생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부분들만 포함했다면 이번의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조례에 손을 들어 줬을 것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서울시교육청은 교과부의 주문을 받아 들여야 한다. 전교조 소속인 교사들도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상당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오죽하면 교과부에서 이 문제에 직접적인 제동을 걸었을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과감히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들을 대결구도로 몰고 가는 학생인권조례는 전면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학생과 학생사이에서 발생하는 인권문제도 심도있게 다루어져야 한다. 학생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상대가 교사로 한정되어진 이번의 인권조례안은 반드시 폐기 되어야 한다. 학교교육을 염려하고 학생인권을 중요시하고 있지만 이 부분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교사들이 교육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계속해서 고집해서는 안된다.
억지로 만들어서 내려보내는 인권조례보다는 학교현장에서 학생과 교사들을 상대로 인권교육을 먼저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인권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인권조례를 제정한다는 것은 순서가 안맞는 행위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이 가능하다. 일단 만들어 놓고 보자는 식으로 학생인권조례에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이야기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조건없이 교과부의 요구를 받아 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