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직 출발을 축하하며

2012.02.17 20:09:00

올해는 우리 학교에 신규 선생님이 11명이 오셨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인원입니다. 나는 수석교사로서 본교에 부임하는 새내기 선생님들을 맞이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꿈에 그리던 교직에 들어왔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처음 오는 세계에 대한 두려운 마음도 있는 듯했습니다. 그들이 두려움을 접고, 힘차게 날개를 펼 수 있도록,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안정을 찾도록 안내를 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2월 16일 선생님들께 안내한 말씀을 글로 구성한 것입니다.

먼저 임용고시 합격을 축하드리고 본교에 부임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기존 전입교사는 2월 13일 인사발령 후 발령장을 받고 본교에 와서 착임계를 섰습니다. 여러분은 신규 연수를 끝내고 16일 오늘 발령장을 받고 오셨기 때문에 오늘 업무 분장 희망원을 작성하신 것입니다. 희망원을 작성하시면서 신중하게 업무 영역을 정하셨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러분 중에는 개인적으로 특정 업무에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학교 업무 분장은 희망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할 곳은 한 군데이고, 여러 명이 신청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개인의 희망과 관계없이 학교 실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조정을 하게 됩니다. 혹시 본인이 희망하는 업무 영역이 아니어도 실망하지 마시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리고 본인이 원하지 않았던 업무에 대해서도 긴장하지 말고 차곡차곡 배워 나가면 창의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능력이 있어서 어떤 분야의 일을 맡아도 충분히 해 내실 수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먼저 오늘 이후 일정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3월 2일 개학에 앞서 학교에 2월 24일 오전에 출근을 해서 전직원 회의와 동시에 부임 인사를 하게 됩니다. 본교 회의실은 체육관 건물 3층에 있는 음악실입니다. 회의가 끝나면 지정된 장소에서 교과협의회를 하게 됩니다. 교과협의회는 교육과정을 적절하고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동일교과 교사의 모임입니다. 교과협의회에서는 각 교과별로 교과부장을 선출하고, 교사 개인별 수업 시수 배분을 합니다. 이 자료는 학교 시간표 작성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됩니다. 작년부터 과목별 집중 이수제가 도입되면서, 시간표는 학기별로 작성을 합니다. 작성된 시간표는 2월 27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과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본교는 평균 시수가 16.81 시간입니다.

교사 개인별 교재 배분도 이 시간에 합니다. 그리고 연간 진도 계획을 점검하고, 교과지도와 관련된 기타 내용을 협의하게 됩니다. 이어서 교과협의회 후 바로 부서별 모임도 있습니다. 부서별 모임은 해당 부장님 주관 하에 연간 업무에 대해 설명을 듣게 됩니다. 특히 선생님들은 부서에서 어떤 업무 수행을 하게 될 지 업무 분장에 대한 안내를 받게 됩니다. 담임 업무를 맡는 선생님은 해당 학급 학생 자료를 받게 되니 며칠 쉬는 기간에 학생의 이름을 미리 알아두면 학생 지도에 좋습니다.

이미 알고 계신 것처럼, 경기도교육청이 내년부터 대대적인 교원 업무 경감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작년 12월 8일 김상곤 교육감은 기자 회견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교원 행정 업무 제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금년부터 교육청은 교원 행정 업무 부담의 가장 큰 원인이 공문이라고 보고 매주 수요일을 ‘공문 없는 날’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3월부터는 수요일에 어떤 공문도 발송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교사들은 이날 수업과 관련 없는 어떤 출장도 가지 않게 됩니다.

이런 방침에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현실은 또 다른 상황입니다. 특히 인터넷으로 진행되는 학적 업무 등은 보안 유지와 오류가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한 업무 처리가 요구됩니다. 아울러 여러분은 교사로서 교육에 필요한 최소한의 업무를 담당해야 합니다. 교직은 전문직으로 수업도 잘해야 하지만 자기가 맡은 업무 수행도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 따라서 수업에 세계 1인자가 된다는 신념도 필요하고, 내가 맡은 실무면에서도 최고가 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간혹 본인이 감당해야 할 업무도 무턱대고 잡무라고 하는데, 업무와 잡무를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24일 업무 분장 후 구체적인 출근일이 통보되고, 실질적인 근무는 3월 2일부터 합니다. 그 사이에도 대한민국 행정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고 자기 연찬에 힘써야 합니다. 대학 재학 중에 그리고 교육청의 신규 연수를 통해 교직 윤리 및 실무에 대해서 충분히 코칭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학교 선배 및 먼저 진출한 친구들과 연락을 통해 정보 교환도 하시면서 개학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본교에 대한 공부를 하셔야 합니다. 학교 연혁은 물론 학교 교육목표 및 기타 작년 학교 교육 활동을 열람하시면 간접 경험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특히 교육계획, 교육목표, 경영방침, 특색사업, 노력중점은 반드시 숙지해서 금년 교육 활동을 펼쳐나가시는 데에 나침반으로 삼기바랍니다.

정규 시간은 물론 방과후교육활동 및 기타 심화 학습 등을 해야 할 준비도 하셔야 합니다. 학교는 3월이 가장 업무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담임은 물론 학교 부서별 조직 계원으로 학교 업무 처리에 틀을 마련하기 때문에 야근을 수시로 하게 됩니다. 그때는 체력 부담도 많습니다. 몸 관리를 잘 하셔서 아프지 않도록 하셔야 합니다.

여러분은 꿈에 그리던 교육 현장에 들어오지만, 사회는 학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학교의 모습이 과거와 많이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가르치는 것은 곧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입니다. 여러분은 충분히 해 내실 수 있습니다. 자신감을 갖고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처음 인사 오셨기 때문에 여기서 줄이고, 차츰 체험적, 경험적 위주의 연수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나이는 여러분보다 많지만, 여러 선생님의 눈높이에 맞는 마인드를 가지고 여러분과 함께 걷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일방적인 지도보다는 여러분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하면서, 여러분이 스스로의 실천을 통해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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