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2012.02.27 14:59:00

<세 얼간이>는 인도 영화로, 천재 공학도들이 1등만을 강조하는 교육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는 교육영화이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며 학생들을 옥죄는 바투 교수의 주입식 교육과 경쟁교육은 우리의 교육 현실과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기계’의 개념을 설명하게 하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꽉 막힌 원리주의자인가를 보여준다. 사전에 기술된 대로 막힘없이 달달 외우는 학생을 최고로 생각할 뿐, 생활 속에서 스스로 발견하고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기계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는 학생에게는 모욕을 준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작년 봄에 이어졌던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쇄 자살을 떠올렸다. 걸출한 인재들이 ‘경쟁교육’이라는 거대한 정글에서 스스로 무너져 내린 사건이었다. 누구도 이들의 자살을 보면서 학생들의 심약함만을 탓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엘리트주의와 경쟁교육을 더 걱정하였다. 교육의 방향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영화 <세 얼간이>에는 갓 태어난 아이에게 ‘위대한 공학자가 되라’고 주문을 거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비교육적인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필자는 이 영화에 담긴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았다. 첫째는 우리 교육이 ‘강요된 꿈’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하고 싶었던, 부모가 이루지 못했던 것을 자녀에게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축구에 관심이 많았던 박지성 선수에게 공학자가 되라면서 공부만 하라 했다면, 오늘날의 그의 명성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사진작가가 되고자 한 파르한의 반란은 이런 의미에서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소수의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질과 적성에 맞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한다면 누구라도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엘리트가 될 수 있다. KBS 개그콘서트 ‘생활의 달인’ 코너에서 개그맨 김병만은 200개 이상의 각기 다른 분야에서 ‘달인’의 면모를 보여준 바 있다. 시청자들은 그의 노력과 열정에 열광하면서 그를 최고의 개그맨으로 받아들였다. 어쩌면 이런 사람이 진정한 엘리트가 아닐까. 명문 과학고나 외고 출신이 법대나 의대로 몰리는 것이 맹목적인 엘리트주의 산물이 아니었으면 한다.

이 영화가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바는 아주 명쾌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학생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교육과 엘리트주의에 빠진 바투 교수도 세 얼간이의 유쾌한 반란에 휩싸이면서 의식이 바뀐다. 마침내 이 영화의 대단원에서 바투 교수는 가까스로 생명을 되살린 외손자를 가슴에 안고 이렇게 외친다.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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