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재’ 박물관에 맞춤법이 틀려

2012.03.01 16:14:00

수원은 경기도의 도청이 있는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 유산인 화성이 있는 도시로 많이 알려져 있다. 화성은 조선 정조의 웅대한 포부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복합적으로 스며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수원은 현대와 역사의 전통이 숨 쉬는 도시이다.

화성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 수원으로 오다보면 제일 먼저 지지대 고개를 만난다. 이곳도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다. 정조가 이 고개를 오르면 멀리 화산에 있는 아버지의 묘소가 보이는데도 거기까지 가는 시간이 아주 더디게 느껴져서 답답함을 참지 못했다. 그래서 “왜 이렇게 더딘가?”하고 한탄을 했다. 참배를 마치고 서울로 환궁을 할 때는 이 고개의 마루턱에 어가를 멈추게 하고 뒤돌아서서 오랫동안 부친의 묘역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또 어가에 올라서도 화산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눈을 돌리지 않아 행차가 자꾸 늦어졌다. 이러한 사연 때문에 이 고개를 ‘느리게 느리게 넘어가는 고개’ 또는 ‘더디게 더디게 넘어가는 고개’ 라는 뜻의 한자어를 써서 지지대 고개라 부르게 되었다. 오른쪽에 누각에는 지지대비가 외롭게 그때의 아쉬움을 전하고 있다.

지지대 고개를 지나 옛길을 따라 수원으로 들어서면 이목동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잠시 오른쪽으로 가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화장실 하우스 ‘해우재(解憂齋)’를 볼 수 있다. 이곳은 고 심재덕 씨의 사저였다. 고인은 수원시장과 국회의원을 역임하며, 수원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첫 민선 시장으로 화성행궁복원을 위해 헌신하고, 화성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했다. 그리고 수원천을 생태 하천으로 복원하여 관광 도시로 발돋움 시켰다. 이 밖에 월드컵 수원유치, 월드컵 경기장 건축 등 수원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특히 화장실 문화를 바꾸기 위한 사업에 관심을 보여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업적을 남겼다. 해우재는 말년에 세계화장실협회(World Toilet Association) 창립에 즈음하여 건립하였다. 고인은 자신의 집을 변기 모양으로 지어 해우재라 하였다. 해우재란 근심을 푸는 집이란 뜻이다. 이 시설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수원시에 기증했고, 현재는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해우재는 화장실 문화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고, 고 심재덕의 업적도 전시하고 있어 방문객이 많이 찾는다. 그런데 여기에 사진 설명에 몇 가지 오류가 보인다. 먼저 심재덕 씨의 대학생 시절 모습에 ‘시험 치루기 전에 강의실에서’라는 표현이다. 여기서 ‘치루기’는 ‘치르기’가 바른 표현이다.

‘치르다’는 ‘무슨 일을 겪어 내다.’라는 뜻으로 활용할 때 ‘치러/치르니’ 등으로 한다(시험을 치르다/잔치를 치르다/장례식을 치르다/그렇게 큰일을 치렀으니 몸살이 날 만도 하지.). 이를 기본형을 혼동해 ‘ㅜ’음을 넣고 있는데 주의해야 한다. 이와 유사한 오류를 보이는 것으로 ‘담그다’가 있다. 이도 ‘김치를 담궈드립니다.’라고 하는데 잘못이다. ‘김치를 담가드립니다.’가 바른 표기다.

‘수원성 200주년 기념 뺏지를 달아주며’에도 ‘배지’로 바루어야 한다. 이는 ‘뱃지’도 바른 표기가 아니다. ‘배지(badge)’를 표기는 물론 된소리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의해야 한다. ‘배지’는 외래어이지만, 현재로는 순화 대상에 넣지 않고 있다. ‘휘장’과 동의어다.



화장실은 인류의 삶과 함께 하면서 끊임없이 변해 왔다. 최근까지 화장실은 더러움의 대표적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간에게 깨끗한 공간으로 인류문화의 새로운 가치로 떠올랐다. ‘해우재’는 세계적 수준의 아름다운 화장실로 인류 문화 발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해우재’ 박물관은 수원시티투어의 첫 번째 코스로 자리했다. 세계문화유산을 관광하는 첫 관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물관은 어린 아이들도 많이 오는 곳으로 대표적인 교육 장소이다. 이런 곳에 정서법이 바르지 않다면 이야말로 비교육적이다. 바르게 정정해서 한국을 대표하는 수원의 문화를 알려야 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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