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수업제의 딜레마

2012.03.12 13:15:00

"올해부터 학교도 주5일수업제를 실시하니, 선생님들도 좋겠습니다" 올해들어 주변 지인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월2회 실시되던 토요휴업이 올해부터 전면 도입되었으니,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무리는 아닌듯 싶다. 분명 주5일수업제의 도입으로 교사들에게도 플러스 요인이 있는 것만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학생들과 학부모에게도 플러스 요인이 더 많아 보인다.

현재 주5일 근무제는 5인이상의 사업장에서 모두 실시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때 자영업자나 중소업체, 서비스 업종 등 특수한 직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토요일에 휴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도 토요일이 되면 일요일과 마찬가지로 운행 횟수를 줄이고 있다. 그만큼 토요휴무가 사회적으로 넓게 확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학교는 다른 곳에 비해 상당히 늦게 주5일 수업제가 도입된 것이다.

원래는 내년(2013년)부터 주5일수업제를 전면 도입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1년 앞당겨 시작했기에 만반의 준비는 되지 않았다하더라도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되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나홀로 학생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긴 해도 주5일수업제가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들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남으로써 자녀와 부모가 서로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질 수 있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여행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5일 수업제가 시작되면서 학교가 또다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토요일 프로그램이 미비되었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토요프로그램이 준비되었어도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는 것을 두고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학교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첫 주보다는 둘째주 토요일이 학교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이 더 많았다고 한다. 첫주에 몰랐던 학생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우리학교의 경우 첫주에는 토요 스포츠클럽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당연히 학생들의 참여가 없었다. 일주일 사이에 프로그램이 완성되고 참가 신청을 받았다. 20여명이 참여했다. 전체 학생수가 1천여명이니, 2%정도가 참가한 것이다. 도서실 개방은 지난해에도 실시했던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참여한 학생이 1년동안 채 10여명이 되지 않는다. 올해도 첫째, 둘째 주에 모두 참여율 제로를 기록했다. 단 한명의 학생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토요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곧 시작된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8개 프로그램에 70여명이 참여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육청에서는 토요 프로그램 개설현황과 참여현황을 매주 토요일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무료 참여 프로그램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토요 방과후 프로그램은 토요일 프로그램으로 취급 하지 않고 있다. 무료로 진행되는 스포츠클럽이나 도서실 개방등에만 비중을 높이 두고 있다.

토요일에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교사들이 출근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고, 관리자인 교장, 교감의 출근을 의미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더라도 학교의 교사들이 상주해 있어야 한다. 물론 이해한다. 그러나 주5일 수업제를 도입한 취지의 대상자에 교사도 포함이 된다. 교사들도 자녀들과 대화도 하고 여행도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모든 교사들이 출근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프로그램이 활성화 될수록 출근해야 하는 교사들의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학교프로그램이 개설되었지만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뭔가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싶어 교사들은 학생들이 토요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하도록 독려하게 된다. 단 한명이라도 더 학교에 나와서 토요 프로그램에 참가해야 학교가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토요프로그램의 참여는 100% 자발적인 참여가 돼야 한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참여도를 끌어 올리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청에서 국장, 과장 등이 직접 출근해 토요프로그램 참여 현황을 직접 챙기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가 어떻게 100% 자발적인 참여만 고집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는 학생들을 학교에서 책임져야 한다 여기고 있다. 그러나 토요일에 나름대로 계획을 세운 학생들까지 억지로 학교로 끌어낼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학생들의 요구가 많다면 당연히 학교에서는 그에 맞는 맞춤식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주5일수업제가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실적위주가 아닌 진정한 자발적 참여를 통해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막연히 나홀로 학생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하라고 독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학교와 지역의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학교 나름대로 적절한 프로그램을 개설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첫째주와 둘째주에 토요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의 비율을 비교하는 것이 과연 주5일수업제의 조기정착에 필요한 것인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