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교육과 수석교사의 역할

2012.03.15 09:57:00

오늘날 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지식과 정보가 폭증하는 사회가 됐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방법 또한 변하고 있다. 과거 사회는 지식의 양이 한정돼 있고 받아들이는 통로도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홍수처럼 쏟아지기 때문에 모두 받아들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제는 정보 습득이 문제가 아니라, 넘쳐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이 강조되고 있다.
 
사회 변화와 함께 교육 시스템에도 변화의 욕구가 거세지고 있다. 우리 교육은 정보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조벽 교수는 "정보화 시대에서 교육의 목적은 학생으로 하여금 무엇을 알게 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오늘날 교육 방향은 창의적 사고와 유연성 있는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학교 조직은 지식의 양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수직적 구조로 이뤄졌었다. 지식을 빠른 시간에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전통적 의미의 행정관리 체제가 효율적이었다. 교실에서도 교사는 단순한 지식과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교수·학습을 전개했다. 학생들은 교사가 가르쳐주는 지식을 암기하면 유능한 인재로 인정받았다. 창의성과 개성이 강조되는 지식 기반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교육의 변화는 교육과정, 교육내용, 교실 수업 등 학교의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 그 중에 교실 수업은 가장 핵심적인 영역이다. 수업은 가르치고 배우는 것으로 학교 개혁의 시발점이며 종착역이다. 수업이 변해야 모든 것이 변할 수 있다. 이제는 학습자의 능력과 학습자의 자발성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학교 문화가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의 교육은 교사 중심의 교육에서 학습자 중심의 교육 환경으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선 학교는 가르치고 배우는 학습 조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학교는 학생들 스스로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신장시키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학교의 조직을 학습 위주로 전환하는 것은 인간을 교육받아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는 학습의 주체로 이해하는 것이다. 실제로 학교 교육의 성과는 개인의 학습 활동을 촉진시켜 미래 사회에 원만하게 살아가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학교 조직에서 학습 중심의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직적인 관료 조직에서 전문적인 학습 공동체로의 변화가 요구된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앞으로 수석교사의 역할이 기대된다. 수석교사는 학교 내부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리더다. 수석교사는 교사의 수업 능력 향상을 지원하는 전문가로 학습 조직화 문화를 만들 수 있다.

물론 학습 중심의 조직 문화 건설이 기존에도 있었다. 그러나 과거의 문화는 행정적 하달로 교사들이 매우 위축된 상태에서 수업 장학을 받았다. 그러나 장학은 그 순간 위기의 모면이 될 뿐 진정한 지도의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문화는 결국 교사들이 자신의 수업 공개 및 평가에 대해 매우 적대적으로 대응하도록 만들었다. 간혹 우수한 교사는 자신의 수업을 성찰하고 평가하는 것에 따라 이것이 단독으로 행해지든 깐깐한 동료교사에 의해 이루어지든 자신의 개선에 목적을 두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수업 개방 및 성찰을 꺼리고, 스스로 자기만의 방법에 함몰되는 경향이 있다.

수석교사에 의한 학습 코칭이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석교사에 의한 코칭은 행정적 지도가 아니라 자발적이라는 점에서도 효과가 크다. 특히 장학 지도가 수직 관계에 의해서 경직되게 진행되었다면, 수석교사와 함께하는 코칭은 수평적 관계에 의해 상호작용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학교 문화도 한 단계 상승할 것이다. 수석교사의 임명은 학생들에게 수업을 잘하는 선생님으로 충족감을 줄 수도 있지만, 교사들에게는 수업 노하우와 교수 학습 관련 자료를 도움 받는 멘토로써의 역할 기대 된다.

최근 학교 현장에 교원능력개발 평가 등의 제도가 도입되면서 컨설팅 장학 개념이 중요하게 대두됐다. 컨설팅 장학 지도의 역할도 수석교사가 해야 한다. 수석교사제는 학습 조직화로 가는 길에 전체 교사의 수업 질 향상으로 꼭 필요한 제도이다. 아울러 수석교사는 수업 전문성을 가진 교사가 우대 받는 교직 풍토 조성에 상징적인 문화가 돼야 한다. 이러한 역할이 자리할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은 행정적 뒷받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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