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벽 교수의 수업 컨설팅’을 읽고

2012.03.22 18:21:00

수석교사의 역할 중에 수업 컨설팅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격 연수 중에도 이와 관련된 강의를 많이 들었다. 특히 조벽 교수의 강의는 감동이 컸다. 조 교수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지만, 접근 방법은 매우 현실적이었다. 즉 학문적 이론보다 학교 현장에서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벽 교수가 참여 했던 EBS 다큐프라임 ‘학교란 무엇인가: 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를 다시 보는 기회를 얻었다. 방송 중에 눈물을 흘린 선생님들의 숨겨진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방송의 일부만 보고 섣불리 수업 컨설팅을 시도하는 경우가 늘어남에 따라 조벽 교수는 수업 컨설턴트가 올바른 방향으로 컨설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접근했다. 이 책은 이런 취지로 발간됐다. 이 책은 약 10년 전 서울대학교 교수학습센터에서 수업 컨설턴트를 위해 연수용으로 제작했던 ‘새 시대 교수법 상담 가이드북’을 근간으로 하되 이를 현재의 교육 실정에 맞도록 내용을 다듬고 더하였다. 수업 컨설팅은 수업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전문가 혹은 동료교사들이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상담함으로써 수업과 교사의 발전을 꾀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이 책에서는 교실에서 교수자가 행하는 행동을 대상으로 비디오 피드백 즉 마이크로 티칭을 이용한 컨설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를 찾은 다섯 분의 선생님의 모습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이런 모습으로 계속 아이들을 가르치느니 차라리 그만두는 게 더 낫겠다”. “그저 돈 때문이라면 진짜 선생님 못하겠다”고 울 정도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먼저 한 것이 ‘거울’을 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비디오 피드백은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해주는 거울과 같은 도구입니다(p. 20).

‘비디오 피드백’을 이용한 ‘수업 컨설팅’이 필요한 이유를 예화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교사들은 왜 이것을 활용해야 하는지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단 열흘이라도 거울을 보지 않고 지낸다면 상당히 흉한 몰골이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10년, 20년 수업을 하면서 단 한 번도 거울을 보듯이 본 적이 없다. 비디오 피드백이 제대로 시행되면 거울 이상의 효과가 발휘한다.

수업 컨설팅이 교수자에 대한 컨설팅으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한다. 수업에 대해 순간을 보고 전부인 것처럼 평가하는 오류도 지적하고 있다. 컨설팅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생님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잃지 않고, 논의는 관찰된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또, 컨설팅을 잘하려면 교수자의 마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이해해야 한다.



수업 컨설턴트가 지켜야 할 원칙은 배려와 존중이 기저에 깔려 있다. 컨설턴트가 해야 할 일은 교수자 스스로 자신이 발전해야 하는 부분을 진단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수업 컨설팅의 목적이 발전 지향적이어야 한다. 이런 목적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자발적 참여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컨설팅을 신청한 이유는 수업에 문제가 있거나 뭔가 더 발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컨설턴트의 역할은 교수자의 장점을 발견해 주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힘과 희망을 주는 것이다. 새 시대 교수법 컨설턴트는 교수자의 단점을 찾아주기보다는 장점을 찾아준다는 태도를 취해야 하는 것도 마음에 닿는 언급이다. 비디오 피드백 상담을 할 때도 설교, 논쟁, 충고, 협박도 마치 독을 피하듯이 해야 한다. 컨설팅을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설교하고 충고하게 된다. 좋은 의도가 있더라도 이러한 접근은 교수법 향상에 해가 된다. 컨설턴트는 컨설팅 과정에서 말을 많이 하지 말고 많이 들어야 한다. 전문가라고 조언을 하고 말을 많이 하다보면 오히려 역 효과가 난다. 말을 하지 말고 스스로 깨닫게 해주어야 진정한 효과가 난다.

발전된 수업을 위한 ‘마이크로 티칭’ 기술에서는 마이크로 티칭 방법과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마이크로 티칭을 시작하기 전에 ‘자존심’을 버리는 의식도 흥미롭다. 교사는 수업에 대한 자존심이 대단하다. 침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마음의 상처가 깊다. 이 자존심을 걷지 않고서는 마이크로 티칭이 어려워진다. 코멘트 할 때도 단점을 먼저 말하고 장점을 말하는 방법이 인상 깊다. 조삼모사 격이지만 이런 화법이 긍정적이고 기대감이 있다.

수업 컨설팅의 상담 내용은 효과적인 수업에 대한 안내이다. 목소리, 몸동작, 도구 사용하기는 교실 수업에서 꼭 필요한 내용이다. 수업 구성과 수업 진행도 구체적인 전략을 소개한다. 수업을 연속극에다 비유하고 있다. 연속극은 첫 부분에 전편 장면을 살짝 보여주고 시작한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흐름을 빨리 파악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수업을 시작할 때에 새 내용으로 곧바로 들어가지 말고 지난번 수업 내용을 1~2분 정도 요약하면 좋은 학습 효과를 낼 수 있다.

‘수업 컨설턴트가 지녀야 하는 큰 그림’ 중에서는 수업 기술자와 수업 컨설팅의 차이를 언급하고 있다. 철학이 없는 수업 기술자는 목소리 등의 변화에 대해서 세세하게 지적한다. 반면 철학이 있는 컨설턴트는 같은 목소리에 대해 지적할 때에도 따스함, 존중감, 호감, 배려 등이 얼마나 느껴지는지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특히 철학이 있는 컨설턴트는 교수자의 설명으로 하여금 얼마나 학생들이 쑥쑥 자랄 수 있게 할 것인가를 깨닫게 해 준다.

그동안 일반 상담을 소재로 하거나 수업 상담에 대한 원론적인 책은 있었으나 실제 교육 현장과 연결된 교수법 상담에 대한 책은 드물었다. 이 책은 조벽 교수만의 독특한 상담 체계와 기술이 녹아 있다. 구체적 수업 상담 매뉴얼로 되어 있어 유용한 자료이다.

최근 혁신학교, 교과교실제 운영, 교원평가 등 교육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수업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업 컨설팅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접근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컨설팅은 교사 컨설팅이 아닌, 수업 컨설팅이어야 한다. 진정한 수업 컨설팅은 교사의 머리가 아닌 마음을 움직인다.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 중요한 것은 그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이다. 장점을 지적하고, 긍정적 경험이 되어야 한다. 수업 컨설팅의 궁극적인 목적은 교사의 장점을 발견하여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희망을 주는 것이다. 교사는 공부의 신이 아니라 변화의 신이며, 희망의 신이어야 한다는 것도 마음을 움직인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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